나는 숫자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로또가 말해준 전생의 신호?

by 지로 Giro


나는 숫자에 민감한 사람이다.

진짜로.


초등학교 5학년 전, 나는 구구단은 물론 두 자리 수의 곱셈도 1초 안에 대답할 수 있었다. 친구들은 내게 “인간 계산기”라는 별명을 붙였고, 선생님은 "천재는 아니더라도, 감이 있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도 숫자는 나에게 남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꿈속에서, 때로는 무심코 스치는 광고판의 번호에서 어떤 ‘신호’ 같은 걸 느낀다.


싱가포르에 살면서 가끔 사는 로또, 4D. 숫자 네 개를 맞추는 간단한 방식이다.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가끔은 마음속에서 밀려오는 어떤 ‘촉’ 때문에 조용히 한 장 사게 된다.


기억난다. 15년 전쯤, 싱가포르에 사는 지인이 "번호 하나 줘봐~"라며 툭 던진 말에 그냥 느낌 오는 네 자리 숫자를 말해줬다. 그 번호로 그 지인은 무려 2만 5천 달러를 당첨받았다. 나는 버버리 캐시미어 머플러를 선물로 받았고, 그건 지금도 내 옷장에서 가끔 꺼내보는 ‘기억의 증거’로 남아 있다.


그 이후 그 지인과는 연락이 끊겼다. 아마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거나,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싱가포르에 이주한 지 딱 2년이 되는 어느 날. 며칠째 같은 네 자리 숫자가 꿈에 반복해서 등장했다. 너무 생생해서, 이건 그냥 넘기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4D를 사기로 결심했다. 단돈 2불.


그리고 그 번호로 4천 달러에 당첨됐다.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이런 ‘우연’이 과연 우연일까? 가끔은 정말 내 전생이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런 영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 로또를 사는 게 아니다. 숫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그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말한다.

“야, 그럼 너 진짜 로또 사서 부자 되는 거 아냐?”


나는 웃는다.

부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숫자가 알려주는 신호를 따라 살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그 신호들이 나에게 내 전생의 비밀을 알려줄지도 모르니까.

한 달에 15불 이내에서 로또를 한 번씩 사는 것도 담담한 싱가포르 생활 중에 재미있는 부분이 됐다. 아메리카 한두 잔 마시는 가격으로 로또 사고 당첨되면 그 이유를 빌미로 친구한테 밥 한번 사고 여하튼 밥사고 커피 사는 이유가 생겨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여러분 도박은 하지 맙시다.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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