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이 들려준 우리 이야기

by 지로 Giro

바이올린과 함께한 10년, 우리 모녀의 이야기

큰아이가 바이올린을 배운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처음 그 작은 손에 바이올린을 쥐어주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는다.


처음 6개월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학원으로 향하는 길은 항상 긴장과 피로로 가득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이와 나, 무거운 침묵으로 채워졌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달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만둘까, 정말 포기해야 하나, 그렇게 마음속에서 수없이 흔들리며도 나는 매일 운전대를 잡았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겨울날, 길이 막혀 고속도로에서 세 시간 넘게 꼼짝도 못하던 날들. 이제는 그 수많은 여정들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매번 ‘오늘만큼은 그만하자’고 다짐하면서도, 아이는 그 작은 손으로 바이올린을 꿋꿋이 메고 연습실 문을 열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오늘. 아이의 바이올린 퍼포먼스를 보러 갔다. 로베르트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가단조 Op.105가 홀을 가득 채우자, 나는 참았던 눈물을 끝내 흘리고 말았다. 그저 아름답고 완벽한 연주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선율에 스며든 지난 10년의 시간, 포기하고 싶었던 날들, 서로를 붙잡고 다시 일어섰던 순간들, 그리고 그 모든 길을 함께 걸어온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연주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모녀의 이야기였다. 음악 속에 담긴 노력과 눈물, 인내와 사랑이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알았다. 우리가 함께한 이 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길 끝에 오늘 같은 날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바이올린은 이제 단순한 악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견뎌온 시간의 증거이며, 사랑과 성장의 상징이다. 오늘 나는 무대 위 아이의 모습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믿고, 기다려주며, 함께 걸어갈 수 있을 것임을.

https://youtu.be/fBmqqmzHlK4?si=d14-RZKHPT8o_Lv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