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by 지로 Giro



사람들의 말은 늘 물결처럼 나에게 밀려왔다.
가벼운 비난도, 스친 조롱도, 어느 날은 파도처럼 들이쳤고
나는 얕은 물가에 서 있는 어린 물고기처럼
작은 흔들림에도 금세 방향을 잃곤 했다.

얕은 물에 있을 때,
바람 한 줄기만 스쳐도 물결은 금세 요동쳤다.
작은 돌멩이가 떨어져도
그 충격은 온몸에 울려 퍼져
한참 동안이나 마음을 흔들었다.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표면에서 튀던 말들,
금방 달아오르던 감정들,
그 모든 것이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위에서는 여전히 무언가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 소리는 물 위에서 부서지는 햇빛처럼
더 이상 나를 찌르지 못했다.

그리고 더 깊은 곳,
물결의 얼굴조차 닿지 않는 곳에 이르자
나는 비로소 고요와 마주했다.
그곳에서는
누구의 말도, 누구의 표정도,
내 마음의 수온을 바꾸지 못했다.
오직 내 심장 소리만이
물속에서 둥근 파문처럼 퍼져나갈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이 괴로운 것은
세상이 시끄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아직 너무 얕은 곳에서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얕은 곳에서는
조그만 말 한 덩이도 거센 폭풍처럼 흔들리고,
사소한 감정도 거대한 조류처럼 나를 쓸어가지만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그 모든 것은 결국 표면의 일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오래 마음에 품고 있는 문장을 다시 떠올린다.

마음에 무게가 있어도, 흔들림 없이 버티는 것은 경험이다.
마음에 상처가 있어도, 고요를 잃지 않는 것은 깊이다.



경험은 나의 표면을 깎아냈고,
깊이는 나의 중심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깎임과 단단함이 서로 맞물리며
나는 비로소 나만의 물결을 갖게 된다.
이제 더 확실하게 믿는다.

가난한 마음은 얕아 흔들림이 많고,
부유한 마음은 깊어 쉽게 요동치지 않는다.

사람의 속임수에 베인 날도 있었지만
그 상처는 결국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끈
물속의 작은 입구였다는 것을,
새로운 층이 아니라 새로운 깊이로 내려가는 문턱이었다는 것을.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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