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뿌리

by 지로 Giro



사람은 종종 소리를 힘으로 믿는다.
크게 흔들리는 목소리, 날카롭게 부서지는 감정들,
마치 그것들이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오래도록 소란에 기대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을 오래 바라보면 알게 된다.
가장 단단한 존재는 언제나 조용하다는 사실을.

바람 앞에서 털을 곤두세우는 고양이,
두려움을 소리로 밀어내는 개와 달리
사자는 사냥의 순간에도
숨을 죽일 줄 안다.
폭발 대신 정적을 택하고,
분노 대신 집중을 붙들며,
기세 대신 시간을 기다린다.

그들의 마음은 깊은 우물 같다.
큰 돌 하나 떨어져도
파문은 몇 초의 시간을 겪은 뒤
금세 잦아든다.
물속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밤의 어둠이 고요히 가라앉는다.

우리가 지쳐가는 날들 속에서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언제나 바깥이 아니라
속에서 타오르다 꺼지지 않는 불,
내가 나를 태우는 방식이라는 것을
천천히 깨닫는다.

그래서 진짜로 단단한 사람들은
말을 줄이고, 끊어내고, 자신을 지킨다.
설명하지 않는 건 체념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 깊이 아끼는 방식이고,
억지로 매달리지 않는 건
애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자기 생을 손에 쥐겠다는 다짐이다.

그들은 작은 힘들을 모아
책을 읽고, 몸을 다지고,
흩어지던 마음을 삶의 중심으로 모은다.
누구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자신이 되기 위해서.

그런 시간이 쌓이면
세월은 조용한 사람에게만 들려주는
특별한 변화의 소리를 준다.
3년쯤 지나 돌아보면
누군가는 여전히 소란 속에 머물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한층 짙은 숲이 되어 있다.

평온함은 약함이 아니라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가장 단단한 형태의 힘이다.
그 힘은
싸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소란과 맞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힘이다.

뿌리는 늘 소리 없이 자란다.
깊어지고, 굳어지고,
한 번도 세상에 자랑한 적 없지만
마침내 어느 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조용히 꽃을 피운다.

침묵은 패배가 아니다.
그건 오히려
가장 멀리, 가장 깊이 가는 사람의 방식이다.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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