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무엇에도 기대어도 되지만
단 하나,
사람에게만은 전부를 맡기지 말라.
아침노을, 저녁구름,
밤 깊이 끓는 차향은
우리의 흔들림을 받아내지만
타인의 체온은
계절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품을 구명조끼라 믿던 날들,
나는 깨달았다.
꽃은 모두
각자의 시간에 피고 진다는 것을.
삶은 결국
홀로 피어나는 숲이라는 것을.
저마다 옷 속에서 혼자 사는 몸,
가장 깊은 주름은
스스로의 체온으로만 다려진다.
함께 쓴 우산 아래
우리는 더 젖었고
별빛은 언제나
어둠에 익숙한 눈에게 먼저 왔다.
나는 배웠다.
남의 그늘 아래 자란 나무는
쉽게 잘린다는 것을.
그러니 뿌리를 기를 것,
손끝을 뜨겁게 하는 일에
자신을 던질 것.
그제야 새들은
내 숲에 길을 잃고 날아왔다.
어떤 밤은
혼자여서 밝았다.
이별에도 부서지지 않고
달처럼
차고 기울어도 제자리에 서 있었다.
밖에서 불빛을 찾지 않자
내 안의 골짜기마다
이미 별이 쌓여 있었다.
온전함은
세상의 온기가 아니라
세상의 상처까지
포근히 안아줄 수 있는 마음에서 왔다.
그래서 나는 기다리지 않는다.
누가 장미를 줄지.
필요하다면
내가 내 봄을 심으면 된다.
여행가방의 작은 우산,
메모장에 적어둔 한 줄의 온기,
폭풍을 지나며
나 혼자 부르는 낮은 노래—
그것이면
삶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