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이 되어서야
나는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그리고 십 년 넘게 직장에 다녔던 시간 속에서도
내 나이는 늘 현재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엄마의 나이는 늘 같았다.
“우리 엄마는 45살이야.”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마음속에서 그렇게 말하곤 했다.
무의식에 가까운 확신처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건 숫자를 말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말한 것이었다는 걸.
그때의 엄마는
내 기억 속에서 늘 예뻤다.
지치지 않았고,
삶에 눌리지 않았고,
아직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던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나이 들게 하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만큼은
45살에서 시간을 멈춰 세웠다.
마흔다섯이 된 지금,
나는 그 기억의 자리에
조용히 서 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해한다.
엄마가 아니라
시간이 아름다웠던 게 아니라,
그 나이에 이르러서야
사람은 비로소
자기 얼굴을 갖게 된다는 것을.
마흔다섯은
젊음을 잃은 나이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벗고
자기 자신을 닮아가는 나이다.
이제는 안다.
내가 기억 속에서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의 45살은
사실
내가 두려워하지 않고 싶었던 미래였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그 미래 한가운데에 서서
나는 더 이상
나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마흔다섯의 얼굴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조용히 받아들이며,
이제야 말한다.
“그래, 이 나이도
충분히 예쁘다.”
45세때 쓴 일기를 다시보며 감회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