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어머니 생신.
백화점에서 케이크를 사고, 집에서 김밥 두 줄을 말았다.
손끝에 밴 김과 밥알의 냄새는
달콤한 케이크의 향과 함께 오늘의 소박한 선물이 되었다.
그녀의 집에 들어서자, 창가로 비치는 오후의 빛이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나를 감쌌다.
이야기꽃은 자연스레 피어나,
그녀는 아들 얘기를 꺼냈다.
“싸우지 말고 잘 살아라.”
그 말이 공기 중에 머물며, 내 마음을 찌르고 지나갔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
참으로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런 일도 있었구나. 니가 고생했다.”
그 한마디 위안의 말이면 충분한데 말이다.
이 한마디면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를 잠시 내려놓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마음속 깊은 곳, 숨죽여 웅크리고 있던 감정이
살며시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님, 아들이지 제 아들은 아니잖아요.”
내가 속삭이듯 내뱉은 그 말은,
마치 봄날, 굳은 땅을 뚫고 올라온 작은 꽃 같았다.
나도 누군가의 딸,
내 엄마의 착한 딸이었다.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로 자라,
어느새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무조건 헌신만 하며 살아야 한다는 그 생각이
내 마음을 텅 비게 만들었다.
나도 이제는 반항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오늘, 나는 내 마음의 반항의 목소리를 ,
시어머니 앞에 꺼내 놓았다.
그 한마디가, 어쩌면
내가 나를 다시 안아주는
작은 위로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