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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Sep 24. 2021

직장에서 실수했을 때 연차별 반응

1년차

무슨 일이든 자기잘못인거 같아 두근거림

일단 놀라고 봄

작은 실수라도 일단 무조건 땅파고 들어감

나 빼고 이 회사 다 천재같음

실수할때마다 온갖 다양한 시나리오로 욕 먹는 상상





N년차

연차에 비례해 뻔뻔해짐

잔잔바리 실수는 윗사람도 옆사람도 하는 거라 타격 없음

중박 실수는 가끔 심장이 멎을 것 같지만 내 선에서 처리가능.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 아닌 이상 나따위 일개 노비의 실수로 회사는 절대 타격 입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음






특히 내 탓 아닐때

내가 이럴 줄 알았다라는 궁예들 탄생







오늘 작은 실수를 했다. 이메일을 보내자마자 참조 한 명을 빠트린 것을 깨달았다. 깨닫자마자 ‘아차’하고 다시 이메일 스레드thread를 열었다.

+ 마이클@mail.com

끝. 내용 없음. 이거면 충분했다. 외국계 회사에 오니 이건 정말 편했다. 서로 예의는 지키되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력'이 최우선 된다.



나는 유독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회초년생 당시 다녔던 회사에서 이메일에 관해 하도 예민하게 교육받아 아직도 이메일 관련 실수에 유독 움찔하는 편이다. 그때 교육받기로는 이런 실수를 할 경우 구구절절하게

이대리님을 참조하여 다시 회신합니다. 여러모로 불편을 끼친 점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

어쩌고 하는 내용을 써야 했다. 이러고는 자책하느라 멘탈이 나가고 욕 먹을까봐 심장은 두근거렸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소한 실수를 하는 날엔 자신을 책망하느라 화장실에 숨어 들어가 운 적도 있었다. 일을 하면서 크게 혼나거나 욕먹은 적은 없는데도 그랬다.


당연히 긴장도는 쓸데없이 높아가고 긴장을 하니 실수를 또 하거나, 실수를 막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워 일 하거나, 어쨌든 갈수록 지치고 의욕은 떨어졌다.



연차가 쌓이고 내가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바라보는 입장이 되니 이제 깨달았다.

다들 남이 실수를 하고 안 하고는 별로 신경 안 쓴다. 실수는 인간이면 다 한다. 특히 당신이 신입일 경우, ‘당연히' 실수할 거라고 모두 기대(?)하고 있다. 그전까지 당신이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얼마나 똑 부러진 사람이었든지 간에 ‘신입'이라면 (경력 신입 포함) 당연히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관리자는 '누구탓'보다는
‘수습할 방법’에 집중한다


이미 수습할 방법을 아는 상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당신의 실수에만 신경 안 쓴다. 실수는 수습하면 된다. 멘탈 나가고 해서 축 처질 시간에 말이다. 사과가 필요한 일이라면 빠르게 사과 하고 넘어가면 된다. (생각보다 남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하물며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실수는 신경쓰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신경쓸 필요가 없다. (하하하 말장난)



인간은 실수를 한다.

크고 작은 일을 맡게 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끊임없이 생기는데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게 더 이상하다. 인간에 대해 관찰하는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인간은 계속해서, 반복해서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그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회사 시스템의 역할이고 그래서 프로세스 등을 계속 바꾸고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지간한 회사는 프로젝트마다 협업을 하는 이유이다.



나도 유리 멘탈에 가깝지만 어제보다는 오늘 더 멘탈갑이 되려고 한다.

오늘처럼 실수를 한 날,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아 진짜 못살아'라며 머리를 쥐어뜯는 대신

오, 이런 내용의 글을 써야겠는데?’ 라고 생각했다. (정말 생산적이다. 그래, 사실 나는 ENTJ이다)



우리는 어차피 잘 먹고 잘 살려고 회사를 다닌다.

내 속을 갉아 먹으면서까지, 영혼을 털어서까지 생산력 없는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언젠가 업무상 했던 실수로 아직도 이불 킥을 하고 있다면 정말 시원하게 털어버리길 바란다. 이불킥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모두 파이팅.


괜. 찮.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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