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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Jul 06. 2024

야, 그 형편에 뭔 ㅇㅇ이야

흙수저 놋수저 탈출의 가장 큰 걸림돌

"야, 금수저가 아니면 꿈도 꾸지마."

"사람이 주제파악을 해야지, 그냥 생긴대로 팔자대로 사는게 최고야."



제가 블로그랑 브런치에 ‘흙수저라 유학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잖아요. 유튜브에도 이런 주제로 영상을 자주 올렸거든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돈이 없어서 너무 살기 힘들어서 외국으로 나온 케이스기도 하고 주변에서 “그 나이에 유학간다고?” 이 다음으로 많이 듣는 반응이 “그래도 금수저니까 할 수 있겠지.” 이거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저는 금수저가 아니면 당연히 흙수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종종 주변에서 

그래도 유학 가 있으면 흙수저가 아니지


라는 반응이 있었고 얼마 전에 댓글로도 비슷하게 달려서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어디로 봐도 확실하게 금수저가 아닌데 흙수저도 아니라면 뭔가.. 

찾아보니 상상외로 금수저, 아랫계급이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더라고요. 이 수저론의 원조격인 서양권에서도 전혀 쓰지 않는 금수저/흙수저도 흥미롭지만 찾아보니까 다양한 수저등급이 있는 게 재미있고 놀라웠어요.


특히 하위 수저 계층의 단계가 매우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더라고요.


금수저는 자기가 금수저인지 안 찾아 볼 것 같긴 합니다.

이걸 나누는 기준도 천차만별이고 객관적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흙수저 기준이 매우 엄격하더라고요.



저는 한 놋수저나 동수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공식적으로 제가 흙수저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수입으로 치면 한국에서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흙수저는 아니구요. 그런데 소유재산이나 자산으로 치면 0이니까 흙수저중에 흙수저죠. 그런데 이게 또 무슨 자라온 집안 환경이나 가정 문화 이런 것도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저희는 자가(집)은 당연히 없었고 전세도 아니고 월세를 살았고 그 월세 보증금마저도 대출 받았었거든요. 결혼 초기부터 양가 지원이 전혀 없었어요.



제가 흙수저냐 아니냐 보다는 어차피 각자 남들 상황이 다 다른데 그걸 똑같이 맞추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저 금수저만 유학을 간다면 이건 이거대로 매우 화가 나고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그냥 자기만 안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하겠다는 사람들도 뜯어말리니까 그게 매우 짜증이 나더라고요. 


가뜩이나 우리들은 주변에 유학하거나 도전하는 사람들의 선례도 잘 없는데 찾아보면 금수저들 이야기만 나오니까 얼마나 힘이 빠지겠어요. 


이게 다 같이 포기하고 사는 게 금수저들은 자기들만의 세계와 우월함을 지키고 다른 흙수저들은 행복하고 그런 걸까요? 



제가 이 이야기를 계속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 감은 떫을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저는 신경 안 써요.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안 할 거니까 제가 진심으로 마음을 쓰는 사람들은 너무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내 형편으론 안 되겠지라며 지레 의기소침하거나 주변에서 


“야! 니 형편에 절대 안 돼.” 

"야, 금수저가 아니면 그런 건 꿈도 꾸지마."

"사람이 주제파악을 해야지, 그냥 생긴대로 팔자대로 사는게 최고야."

"자격도 안되는게 헛바람들면 본인만 괴로운거야."


이런 사람들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이에요. 


저도 유학전에 찾아봤을 때 죄다 여유롭고 다소 호화로운 유학생활을 하는 후기나 브이로그만 있었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저도 처음에 나는 금수저가 아니니까 진짜 못하겠지라는 생각에 한국박사를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학비도 감당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유학을 알아봤어요. 그 와중에도 미국은 부자들만 가는 거라고 생각해서 쳐다보지도 않았고요.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까지 알아보고 몇 대학교에 문의 이메일도 보내 봤는데펀딩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대체 미국은 어떤 데!하고 홧김에 알 거예요. 그랬더니 풀 펀딩 에 생활비까지 주는 곳이 더 많더라고요. 물론 100퍼센트 모두에게 주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목표설정을 할 때 제가 꿈꾸는 학교인데 학비나 생활비 중 하나만 주는 거랑 정말 별로인데 풀펀딩을 주는 학교 중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자, 이렇게 생각을 했고 탑 스쿨을 붙어도 펀딩을 안 주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자,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제 상태가 뭘 걸만한 자산도, 잃을 자산도 없었기 때문에 도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한국에서 열심히 하면 올라갈 수 있겠다, 나아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으면 많이 망설였을 거예요.


저처럼 나이가 많다면 나이가 많으니까 어차피 한국에서 가만히 있어도 먹는 나이 뭐라도 해보자 싶었어요. 주변을 보니까 어차피 45세 이상은 우르르 떨어져나가 길래 

어차피 저렇게 될 거라면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발버둥이라도 쳐볼까 했던 거죠.


아무것도 안 하면 확실한 0퍼센트인데
뭐라도 하면 0에서 50, 100퍼센트 다양한 확률이 생기니까요.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학만이 살 길이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박사과정을 하고 싶다면 미국을 한번 생각해 보셔라 이런 거고 금수저만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그러니까 미리 포기하지 말고 해보고 그 다음에 포기해도 늦지 않잖아요. 


솔직히 한국사정이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그 다음 재기를 호락호락하게 허락하지 않는 사회라는 거, 우린 다 알고 있잖아요. 뭐 동수저 아래 한정할 수도 있겠지만요. 근데 밖으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도 발판 삼아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요. 그걸 제가 여기 와서 보니까 금수저들끼리만 공유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답답했고요. 이걸 많이 많이 알려주고 싶었고


유학을 온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 꼭 하고 싶으시다면 용기를 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한 건 제가 한국에서는 절대 박사 생활 학비를 낼 수 없었는데 미국에서는 학비 면제를 받는 바람에 박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에 와서 보니까 각자 역경을 딛고 서 오신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상하게 한국에 있을 때는 그런 분들이 잘 안 보였어요. 적어도 제 주변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와보니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이런 것들을 좀 많이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용기를 드리고 싶었고요. 언제든 댓글을 달아주세요. 화이팅!



(그나저나 매거진 제목을 '놋수저라 이 나이에 유학합니다'로 바꿔야 할까요?)



https://youtu.be/h22YjL2t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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