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시대로
오늘이 고단한 건
다 밥벌이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유능감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밥벌이로 이야기를 마친 적이 있습니다. 그제 주문한 책이 이른 아침 7시에 도착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에 아무 쪽이나 열어 보았더니 핑크빛 예쁜 종이에 저렇게 쓰여있네요.
그날 친구와 새벽까지 이야기 나눈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큰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기에 친구와 나는 향후 목적과 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몹시도 고민했던 지난 새벽이 떠오릅니다.
작가 중 가장 가난한 장르는 시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들 모임에서도 시인은 회비가 면제라는 말이 있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저의 10대 시대는 20세기 후반입니다. 그 시절의 문학은 지금과 또 다른 고귀하고 아름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편의 시에 깊은 그리움을 담아 올리고 수많은 정서들을 길어 올리며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왔습니다
도종환(1986), 서정윤(1987), 류시화(1991), 황동규(1998), 고은별(1999)
고교시절 나의 10대의 정서를 빚어준 시중 하나 입니다. 류시화의 시를 읽고 시인을 꿈 꾸웠습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쓸쓸함과 외로움으로 하염없이 그리움이 쌓입니다.
서정윤의 홀로서기를 읽으며 홀로 서보려 안간힘 써보지만, 우리는 또 그립습니다. 끝없는 그리움은 끝내 가슴에 별을 품고 그 빛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홀로 설 수록 베이는 아픔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고은별의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마지막이 슬픈 줄은 알았지만 마지막을 만나게 되는 날 그 슬픔은 온몸으로 전이되어 퍼져 나갑니다. 소중한 것에 작별을 고하며 격렬히 울어도 보았습니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그토록 슬픈 꽃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이라 함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고, 볼 수 없는
먹장구름과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는 것이었습니다.
옥수수밭 옆 당신을 묻고,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리고, 견우와 직녀도 칠월 칠석이면 만나는 그런 날 아내를 묻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아냅니다.
한참을 생각해 봅니다. 전문가 중에서 가장 가난한 장르는 “심리상담사” 가 아닐까, 마치 시인과 같습니다.
시인과 심리상담사
성직자와 심리상담사
돈이 목적이 아닌 직업군, 그러나 요즘 시대는 그렇지가 않지요. 돈이 많이 필요해진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세상 속 자체가 이며 고행이며 그야말로 순례길인 듯합니다. 이 길을 잘 견디는 사람만이 진정한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숭고한 가치를 향해 가고자 선택했던 것이 아니더라도 여러 다양한 이유로 선택한 길이라 할지라도 참으로 고단한 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돈을 받고 듣는 직업이라고도 하고 정신분석에서는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주기 위해 언제나 상담사는 자신의 통을 비워서 깨끗해져 있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그러기에 돈을 받고 들어 주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여러 정의들이 있겠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들만의 이유가 있겠지요. 여러 이유들 중 견딜만한 할 때에는 가치가 가격을 이겼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의 서사를 듣고 그것에 대한 인지•행동•정서를 다루고 함께 고민하여 방법론을 찾아보며 자신만의 지도를 완성하는데 협력해 주는 상담사의 동행함에는 보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남의 마음을 돌보는 상담사들은 자신을 늘 단련시키고 훈련시키며 연습하고 더 배우기 위해 교육받고, 깨끗한 통을 보존하기 위해 교육분석을 받으며 많은 비용들을 지불합니다.
상담사의 자질과 자격에는 그에 합당한 과정들이 포함되지만 적어도 내담자보다는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윤리강령이기도 합니다. 교육을 받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상담을 할 때에는 소액의 비용을 받게 됩니다.
그러기에 상담사들은 대부분 가난합니다. 그럴수록 내담자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것일까요? 부자 상담사라면 어떻게 상담을 하게 될까요? 부자가 아니여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부자들의 불행을 잘 다뤄주겠지요?
우리를 찾아오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차별받고 소외당하고 심하게는 학대와 폭력으로 일그러진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들은 상담료를 많이 지불할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마음이 다치면 다친 채로, 머리에 병이 나면 병이 난 채로 몸이 고장 나면 고장 난 채로 그렇게 살아가고 다시 가난과 차별 속에서 소외와 배척을 당하며 살아서 지옥을 만납니다.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 부자여도 불행한 사람들, 적당히 먹고살 만해도 불행한 사람들 요즘 한국은 불행이 역병처럼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난, 차별, 시기, 질투
무차별 경쟁과 배척
소외, 공격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매일이상실의 시대를 지납니다. 또한 상대적 박탈감안에서 끝없이 불행해집니다.
마음을 돌보지 못하면 정신이 나를 버려버립니다. 빈 껍데기만 남은 몸은 썩은 시체와도 다를 게 없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 좀비와도 같아서
나만 불행한 건 억울해
너도 불행해져
난 어떤 것으로도 행복할 기미가
없어 보이니 살아서 잘 나가는
그 사람이라도 끌어내려
죽으면 할 수 없고!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의 살점을 물어뜯어서 불행을 감염시킵니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타인의 잘잘못을 심판하며 죽어야 끝나는 일들을 하고 있을까요?
마치 자신이 심판자가 되어서 그들에게 죽음을 협박하며 나팔을 불어댑니다. 결국 결말은 죽이려는 사람이나죽으려는 사람 모두 아파서 죽게 됩니다.
천재와 바보가 종이 한 장 차이라 하듯 이 둘은 묘하게 닮아 있지요. 가해자와 피해자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이동합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일 것입니다. 병들어 썩은 마음과 정신에 위로와 치유 그리고 치료가필요합니다.
최근 사이 대한민국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부디 마음과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국가의 시스템이 더욱더 강력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사업
제목처럼 전 국민의 마음을 돌보는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입니다. 이 혜택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잘 돌아가면 참 좋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이 착해지면 좋겠습니다. 지금 모두가 너무도 괴롭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국가원수 부재,
싱크홀, 다리붕괴, 산불
유•무명인들의 자살
한국은 온갖 재난으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외상을 입으며 불행에 허우적거립니다.
어서 빨리 평온을 찾기를 몹시도 기원합니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이제 그만 흔들고 하루라도 빨리 마음과 정신을 보살필 수 있는 제도가 제정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