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한 땀 한 땀 이리 꾹꾹 눌러쓰면 안 힘들어?
매 단락마다 메인요리가 펼쳐지면
부담스럽지 않나?
툭툭 놓아버리듯, 살살 써보면 좋을 텐데 무슨 맺힌 것이 그리 많아서 한 글자 한 글자를 그토록 깊고 깊게 쓰는 걸까요?
오늘도 그런 날입니다. 마음이 깊은 날입니다. 심리상담을 하게 되면 어떤 날은 잘 된 거 같고 어떤 날은 안된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잘된 날도 안된 날도 아닌데 마음이 어수선합니다.
연구소를 찾아온 그녀, 연구소 소파에 앉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동안 묵혀 두었던 걸까요? 폭포수처럼 쏟아냅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들어주는 일뿐입니다. 심리학 이론을 접목해서 기법을 사용하여 상담기술을 보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가끔은 상담사를 위한 상담일 때가 있기도 합니다.
상담은 기술을 뽐내는 자리는 아니지만, 전문가로서 기법은 사용해야 합니다. 근거가 있어야 하고 모순을 읽어주며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비상을 위해 우리는 지도를 만듭니다. 때로는 답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주인공은 자신임을 잊어버린 세월을 너무 오래 산 탓일 것입니다.
상담사의 솔루션이 흡수된다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삶이 평안해질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누구의 솔루션이든 타인의 지침은 때로는 독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처로 일그러진 삶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상담사를 찾아온 그녀는 충분히 박수받을만합니다. 그 용기는 다시 세상을 살겠다는 외침일 것입니다.
때로는 상담사도 깃털처럼 가볍게 지침을 제시하고 싶어지는 유혹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마치 정답인 것 마냥 외치는 것은 소음일 뿐입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깃털로 하염없이 방황하는 삶
깃털로는 날 지 못합니다. 타인의 목소리로만은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없습니다. 나의 목소리로 그동안 방황하며 흩날렸던 깃털들을 모아야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타인과 함께 협력하여 모아둔 깃털을 엮어 날개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방황이 끝이 납니다.
이제, 우리가 함께 그려낼 지도와 깃털을 모아 엮은 날개로 지금부터 날아볼게요. 자신을 믿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