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후기] 인생은 아름다워

안녕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눈부신 인생

by 오롯이

아이를 재우고 난 뒤의 고요한 시간. 하루 중 가장 치열했던 전장을 뒤로하고 침대에 몸을 기대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만났다. 평소 좋아하던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이 흐르는 순간, 참았던 숨이 탁 트이며 영화 속 여행에 기꺼이 동참하게 되었다.


1. 슬픔을 넘어선 찬란한 마무리


영화 속 세연(염정아 분)은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자칫 뻔한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이 영화가 특별했던 건, 그 마무리가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그녀가 선택한 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닌, 생의 마디마디를 수놓는 ‘노래’와 ‘춤’이었다.


자신의 생일 선물로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엉뚱한 요구를 하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장은 비극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아 떠나는 축제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2. 첫사랑이라는 환상, 그리고 곁의 ‘내 사람’


추억 속의 첫사랑을 찾아 떠난 여정. 하지만 도착한 곳에서 마주한 진실은 일방향적인 짝사랑이었다는 허탈함이었다. 그런데 그 허무함이 오히려 세연을, 그리고 지켜보는 나를 일깨웠다.


멀리 있는 환상보다 귀한 건, 툴툴거리면서도 끝까지 운전대를 잡고 그 무모한 여정을 함께해 주는 남편 진봉(류승룡 분)의 존재였다. 우리 부부도 연애 시절엔 설렘 가득한 사이였는데, 어느덧 익숙함에 속아 서로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언젠가 우리 중 누군가 먼저 떠나게 된다면


영화가 던진 이 묵직한 질문 앞에 남편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내가 아프거나 먼저 떠나면 얼마나 슬플지 생각하니, 앞으로 더 사랑해 주어야지, 더 많이 웃으며 살아야지. 당연한 진리를 영화는 노래의 선율에 담아 다정하게 건네주었다.

3.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너는 빛나기를


최근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세연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유독 마음이 머물렀다. 영화는 묻는다.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단순히 챙겨주고 보살피는 것을 넘어, 내가 곁에 없더라도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부모로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자 숙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4. 여운으로 남은 ‘알 수 없는 인생’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알 수 없는 인생’의 가사처럼, 우리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오늘이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잔잔한 뮤지컬 영화 한 편이 육퇴 후의 지친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내일 아침 아이가 깨면 평소보다 더 꽉 안아주어야겠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툭, 무심하지만 따뜻한 인사를 건네보려 한다. "우리, 참 잘 살고 있다고. 앞으로 더 재밌고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알 수 없는 인생이죠."


이 가사처럼 우리는 여전히 삶의 끝을 알지 못한 채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사랑을 다 알지 못해도, 세상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오늘 곁에 있는 사람을 한 번 더 사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인생’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