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도우미의 가스라이팅

좌충우돌 엄마의 진솔한 육아 분투기

by 오롯이

*이 글은 특정 산후도우미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특성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이지, 산후도우미라는 직업 자체를 폄하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임신 중 지인을 통해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알게 됐다. 정부 지원으로 본인부담금 얼마를 지불하면 원하는 기간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에서 산모와 아기를 케어해 준다고 했다. 조리원을 나온 직후는 신생아 케어가 익숙지 않으니 혼자보다 둘이 낫겠다 싶어 바로 신청했다.


지역 맘카페 검색으로 산후도우미를 운영하는 인기 업체를 알 수 있었다. 산후도우미도 '케바케'라서 원하는 성향을 미리 이야기해두면 좋다는 주변의 말을 참고하여 '차분하고 음식을 잘하는 분'으로 요청사항을 넣고 예약했다.


그리고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 다음 날, 산후도우미는 8시 50분에 초인종을 눌렀다. 첫인상은 깔끔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산후도우미는 방에 들어가 환복하고 나왔고, 우린 주방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기의 몸무게, 수유 방식과 양, 대변 양상 등을 묻고 답했다.


아기가 황달 수치가 높아 집중 치료를 받은 후였기에 수유에 민감한 때였다. 모유는 주고 있었지만 직수가 어려워서 유축을 해뒀다가 데워서 주었고, 양이 부족하면 분유로 보충을 했었다. 차분하게 듣던 산후도우미가 말했다.


"요즘 분유도 잘 나와요. 제가 케어하면 3시간 수유 텀 맞춰줄 수 있는데 분유만 하는 게 어때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했다. 모유를 더 주라는 말은 들었어도 끊으라는 말은 처음 들었기에, 내가 들은 말이 맞나 싶었다. 그리고 차분히 3시간 수유 텀을 맞춰주시면 정말 편해지겠지만 모유가 나오는데 굳이 단유를 해야 할까 싶다고 답했다.


산후도우미의 거듭된 설득이 이어졌다. 생각해 보겠다고 거절하니 "잘 생각해 보세요. 분유로 하면 정말 편하실 거예요." 하며 아쉽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어딘가 모를 찝찝함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집을 천천히 둘러보던 그는 "아기는 어디서 케어하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안방에 아기 침대가 있으니 그곳에 아기를 두고 부엌과 왔다 갔다 하면서 보시면 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저는 작은 방에서 케어하면 좋겠어요."라는 고집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네?" 하고 이유를 물었다. 안방에서는 내가 쉬어야 하니 작은 방에서 아기를 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탐탁지 않았지만 아기 케어는 나보다 경력자니 맞춰주자 싶어서 그러자고 했다.


작은 방에 간이로 아기 누일 곳을 마련해 줬고 안방에 돌아와 침대 누웠다. 10분이나 쉬었을까. "산모님 집에 시계 없나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계요? 저희는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시계는 따로 없어요."

"그럼 혹시 의자는요? 부엌에 있는 거 말고 제가 쓸 의자 하나 더 없을까요? 제가 키가 작아서 부엌 의자가 불편해요."

"부엌에 있는 의자 말고는 없어요."

"그럼 제가 안방에 왔다 갔다 하기 좀 그래서 그러는데 기저귀 담을 바구니는 없나요?"

"아... 없는데요."


본인 편의를 위한 살림살이 요구의 질문들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졸지에 난 미니멀리즘의 엄마가 되었고 우리 집은 아기 케어에 필요한 물품이 많이 부족한 장소로 전락했다. 정말 필요한 것들일까 의문이 거듭되었지만 '필요한 건 이왕 제안받은 거 필요한 건 사자, 기분 나쁜 생각은 깊게 하지 말자'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산후도우미의 요구는 계속됐다.


"산모님 젖병 거치대는 어딨나요?"

"젖병 소독기가 있으니 거치대는 따로 구매하지 않았어요. 그걸로 쓰시면 될 거 같은데요."

"아... 젖병 소독기가 찬장 안에 있어서 문을 여닫는 게 불편해서요. 아빠 오시면 찬장 문을 떼달라고 하는 건 어때요?"


가만히 있는 부엌 찬장의 문짝을 떼라니. 이건 좀 선을 넘었다 싶었다. "생각해 볼게요. 우선은 지금 상태로 써주세요." 내 말에도 짜증이 섞이기 시작했다.


내 기분을 감지한 산후도우미는 다른 화제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했다. "그거 아세요? 이 아파트와 저는 각별한 인연인 것 같아요."


듣자 하니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산후도우미 일을 할 때마다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 온 이번에도 그럴 거라면서 기대감이 찬 얼굴을 보며 참... 독특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불편한 상황의 연속과 가스라이팅의 시작


다음 날.


아기 목욕이 익숙지 않아서 배울 요량으로 오후에 목욕을 시켜달라고 했다. 산후도우미는 목욕은 직접 해야 익숙해진다며 자신이 하는 걸 보고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런데 목욕 준비를 하는데 또 시작됐다. 아기 욕조 사이즈가 목욕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집에 있는 욕조 2개 중 하나는 너무 크고, 또 하나는 너무 작다며 계속 툴툴대더니 이내 적극적으로 쿠팡에 있는 제품을 사라고 강요했다.


굳은 얼굴로 "이따 살펴볼게요."라고 답하자 별수 없단 듯 목욕을 준비했다.


그렇게 시작된 목욕, 산후도우미가 갑자기 말릴 새도 없이 아기 옷을 다 벗겼다. 기저귀까지 전부. 그리고 물속에 첨벙 아기를 넣었다. '이게 맞는 건가?' 초보인 내가 봐도 아기는 준비할 새도 없이 물로 던져졌다.


곧이어 아기의 쩌렁쩌렁한 울음이 터졌다. 계속 우는 아기가 괜찮을까 걱정이 되어 산후도우미가 목욕을 어떻게 시켰는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날 밤, 아기가 집에 오고 처음으로 3시간 넘게 울었다. 배우자와 나는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 어르고 달래며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혼을 쏙 뺀 후에야 아기를 겨우 잠재울 수 있었다.


그날 평소와 달랐던 유일한 스케줄은 목욕이었다. 내던져진 아기를 떠올리며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듣던 엄마는 "물에 살살 적응시키면서 옷을 벗겼어야 하는데...", "신생아라 욕조 없이 가제손수건에 물 묻혀서 닦아주기만 해도 됐을 텐데..." 하며 안타까운 한숨을 뱉었다.


다음 날, 산후도우미는 3시간 아기가 울었다는 내 말에 이렇게 말했다. "아기는 원래 3시간도 더 울어요."


핑- 순간 내 머리의 뭔가가 탁 끊겼다.

'이제는 괜찮나요? 많이 놀라셨죠?' 등의 위로는 기대도 안 했지만 뻔뻔한 그의 얼굴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돌아서선 "아가야 엄마 피곤하게 밤에 왜 그렇게 울었어?"라면서 은근히 아기 탓을 했다.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었고 묵혔던 지적을 했다. "관리사님 향수 뿌리세요? 어제부터 향이 역해서 머리가 아픈데요. 보통 아기 케어할 때 향수는 안 뿌리지 않나요?"


당황했지만 곧 표정을 가다듬은 그가 답했다. "아닌데 전 향수 같은 거 안 뿌리는데요. 아 제가 지난 주말에 미용실 다녀왔는데 그 냄새일까요? 아닌데 냄새 빠졌을 텐데."


"미용실 냄새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출산 후에 후각이 예민해져서요. 향이 굉장히 세네요." 그렇게 그날 하루 내내 우리 둘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돌았다.


다음 날, 산후도우미는 출근하자마자 말했다. "산모님 그 향이요. 우리 딸이 조향사 자격증 준비 중인데 만들어 본 향수를 제 옷에 뿌려뒀었더라고요. 그 냄새였나 봐요."


'아... 뭐지 그럼 왜 어제 아니라고 그렇게 정색을 했어?'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황당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가 이야기했어요. 언니가 출산하고 후각이 예민한데 너 때문에 엄마가 민폐를 끼쳤다고요."


설거지를 시작한 그를 보며 생각했다. '정말 가지가지하는구나. 그런데 왜 부인한 거에 미안하단 말은 안 하세요?'


향수 이슈로 머쓱했는지 그날 산후도우미는 자기 이야기를 여럿했다. 의정부에 살고 있는 집이 40평이 넘어서 배우자가 집에서 뭘 하는지 몰라 편하다는 둥,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따면 산후도우미 관리 업체를 자기가 차릴 거라는 둥, 자신이 연결시켜 준 산모들끼리 엄청 친해져서 본인에게 엄청 고마워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교묘히 자기 자랑을 섞은 이야기들이어서 듣는데 점점 피곤해졌다.


그리고는 은근히 나에 대한 불만도 꺼냈다. "산모님 성격이 좀 터프하시죠? 부엌에서 식기 정리하시는 데 소리가 커서 저는 처음에 화가 나셨나 보다 했어요." 대꾸할 말도 생각나지 않아 입을 닫았다.


그날 산후도우미가 퇴근하고 가만히 지난 며칠을 곱씹어봤다. 굉장히 불편하고 스트레스받는 날의 연속이었다. 이래저래 끌려다니는 스스로가 후회스러워서 눈물도 났다.


'그 사람 나랑 정말 안 맞는구나. 그런데 내가 편하고 싶어서 돈을 주고 고용한 건데 내가 이 사람이랑 계속 같이 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더 이상 이 여자한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은 기간을 잘 지내기 위해서라도 할 말은 하자 싶었다. 욕조와 옆잠베개 등 산후도우미의 권유 아닌 강요에 등 떠밀려 구매했던 물품들은 모두 구매 취소했다.


다음 날, 출근한 산후도우미에게 말했다. "관리사님 말씀하신 물품들은 나중에 필요하면 구매할게요. 우선은 집에 있는 걸로 아기 케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바뀐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오전 내내 조용했다.


할 말을 하고 나니 개운해서 두 시간 정도 잘 잤다. 그런데 산후도우미가 출근 때 없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어디 안 좋으세요?"

"기침이 나와서요. 감기는 아니에요. 갱년기 영향으로 기침이 나올 수 있다고 병원에서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신경 쓰이실까 봐 마스크 썼어요."


그리고 1시간 후 "산모님 제가 기침이 계속 나와서 병원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열 재봤는데 감기는 아니에요. 그런데 아무래도 계속 기침을 하니까 다른 관리사님이 오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제가 회사에는 이야기했어요."


우리 집에 그만 오겠다는 거구나. 본인 뜻대로 내가 휘둘리지 않으니까 그만 나오고 싶어진건가. 아무튼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가웠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보셔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짐을 싸서 그는 사라졌다.


한두 시간 뒤, 그가 아닌 업체 관리자에게 전화가 왔다. 감기는 아니니 걱정 말라고, 새로운 사람을 보내야 하는데 내일 당장은 사람이 없어서 다음 주에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원한다면 내일 기존 분을 하루 더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화가 났다. 직접 연락을 하겠다던 산후관리사가 관리자를 시켜 소식을 전해온 것도 괘씸했고, 그의 만행에도 묵묵히 참았던 내게 계획에 없던 독박 육아의 하루가 생긴 것도 억울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못된 짓은 보태지 말자'는 나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관리자님,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다음번은 정말 괜찮은 분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이 분과 제가 맞지 않았는지 지난 며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살림살이에 대한 지적과 육아용품 구매를 강요, 아기가 목욕 한 날 3시간 넘게 운 일들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내 말이 끝난 뒤 관리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왜... 그렇게 했을까요. 죄송해요. 교육을 다시 시켜야겠네요. 다음 분은 정말 베테랑인 분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그와 나의 인연은 끝이 났다.


지금이야 이렇게 정리가 되어 담담히 글을 쓰지만 당시 나는 저녁마다 배우자에게 눈물로 하소연했었다. 그가 이상한지 내가 예민한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전문가의 말을 내가 고집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자책했다.


냉정하게 보면 내가 만난 산후도우미는 '출산 후 산모의 회복과 신생아 양육을 돕기 위해 가정에 파견되는 전문 인력'이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특히 자기 생각을 계속해서 주입하고 전문성을 가장한 심리적 압박으로 불편함을 넘어 혼란을 느끼게 한 건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었다.


다행히 이후에 배정된 산후도우미는 베테랑 급으로 아주 잘해주셨다. 집에 있는 살림살이로 아기와 나를 케어하시며 육아에 도움이 되는 팁들도 많이 알려주셨다.


그래서 누군가 산후도우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확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다. 당장 업체에 연락해서 다른 분으로 교체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아가와 함께 적응해 나가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나와 맞지 않은 산후도우미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출산 후 회복기에 불필요한 감정 소모나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어하는 산모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며, 산후도우미를 선택하고 대하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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