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ntext Reboot

한강 작가 루이지애나채널 영어 인터뷰 25분 풀버전

번역하고 의역해서 올리는데 뒷북이려나 그래도 누군가는 읽겠지 (1)편

by Ellie

(그때) 저는 책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게 되었어요.

맨 처음 25분 인터뷰 풀 영상을 보고 떠오른 감상은 단 하나였다.

‘대단하다.’

한강 작가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서?

아니, 그보다는 작가가 25분 동안 루이지애나 채널과 인터뷰를 영어로 진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놀라웠다.

모국어가 아닌 제2외국어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문장 어딘가 흔들릴 수도 있고, 문법이 살짝 어긋나는 순간도 있을 테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영어를 제2외국어로 써본 사람이라면 다 공감할 테지만,


비단 싸움만이 아니라,

언어도,

기세로 완성되니까.


(갑자기 생각난 싸움과 관련된 몇 가지 법칙: 1.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 2. 싸움은 기세다 3. 선빵필승 4. 다 이길 필요 없다. 한 놈만 죽을 때까지 패라. 5. 나대는 놈이 먼저 맞는다. 6. 거리 싸움이 반이다.... 아니, 갑자기 이걸 왜 쓰고 있는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쨌든.

짧고 단순한 표현이라도,

그 안에 충분한 진실성이 담겨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의사소통, 완벽한 커뮤니케이션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게 했던, 한강 작가의 인터뷰.

뒷북이지만,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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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내게 살아 숨 쉬는 존재였다.

When I was a child, my father was a very young novelist.
어릴 때, 아버지는 아주 젊은 소설가였어요.

It meant we were poor, and we had to move a lot.
그 말인즉슨, 우리는 가난했고 이사를 자주 다녀야 했어요.

And we didn’t have much furniture, but we had a lot of books.
가구도 많지 않았죠. 하지만 책은 많았어요.

It was kind of a private library.
마치 나만을 위한 도서관 같은 느낌이었어요.

And it was like being protected by books and surrounded by books.
책들에 둘러싸여 보호받는 느낌이었달까요?

And for me, books were like a creature, you know? Expanding.
저에게 책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 같았어요. 늘어나는 생명체처럼요.

Because the number of books was increasing, you know, week by week, month by month.
책의 숫자가 매주, 매달 점점 늘어났거든요.


책과 함께한 유년 시절

So it was like living with them.
책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And I attended five primary schools, which could be quite much for a child.
어린 시절 저는 여러 초등학교를 옮겨 다녔는데, 어린아이에게는 꽤 벅찰 수도 있는 일이었죠.

But I don’t remember feeling hurt, maybe because I was protected by all the books.
하지만 저는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제 곁에는 책들이 있었거든요.

And I spent all my afternoons reading books until I made friends.
친구를 사귀기 전까지는 오후 내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So it is a very precious memory.
그 시절은 저에게 정말 소중한 기억이에요.


순수한 기쁨

I remember one day, I was reading a book, and I couldn’t see the lines. I couldn’t see anything.
어느 날은 책을 읽다가 글자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And I wondered, ‘What happened?’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했어요.

Then I realized it had become dark. So I had to turn on the light, and I just kept reading on.
그리고 보니 어느새 주변이 어두컴컴한 거예요. 불을 켜야 한다는 걸 깨닫고, 그대로 계속 읽었죠.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독서에 집중했다는 이야기)

So I discovered books just as pure joy.

그때 저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청소년기에 직면했던 질문들

Afterwards, I became a teenager, and, you know, I was confronted by very typical teenage questions.
그리고 청소년기가 되면서 어쩌면 누구나 마주하는 질문들에 부딪히게 됐어요.

Like,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What can I do in this world?’

"이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Why does everyone have to die? Why does human suffering exist?'
"모든 사람은 결국 죽는데,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의 고통은 왜 존재하는가?"

‘What are human beings? What is the meaning of being human?’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nd then, I wanted to search for the answers to these questions.
그리고 저는 책을 통해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갔던 거 같아요.


혼자가 아닌

And I kind of revisited all the books in a new way.
(그때) 저는 책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게 되었어요.

And I felt—I was, how can I say… in the company of writers, questioning alongside them.
마치 작가들과 함께 고민하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기분이었어요.

And everything was new at the time.
그때는 모든 것이 새로웠어요.

And at a certain point, I wanted to become a writer.
그리고 어느 순간, 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14살

I remember the day when I decided to become a writer.
제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It was when I was 14.
그때가 14살이었죠.

I just wanted to write my questions.
그저 제 질문들을 글로 쓰고(표현하고) 싶었어요.

And, you know, at that age, writers are kind of collective.
그때 제게 기성 작가들은 마치 일종의 집단 지성처럼 느껴졌달까요.

They were surrounding me, together, searching and questioning.
그들이 저를 둘러싼 채, 함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것 같았어요.

And sometimes they felt helpless, clueless.
때로는 무력감을 느끼고 더러는 길을 잃기도 했죠.

I just wanted to be with them.
저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Because I was helpless and clueless at the time.
왜냐하면 저 또한 무력했고, 혼란스러웠으니까요.

I just tried to write some lines.
그래서 일단 간단한 몇 줄을 끼적이는 것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Maybe, maybe they were similar to some poem, I'm not sure.

어쩌면 그것들을 시라고 부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I just wrote some sentences or phrases.
그냥 문장들을 쓰거나 단어들을 나열했어요.

Even sometimes just words.
때때로는 아무 의미 없는 단어들이기도 했죠.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찾아왔다

And, and I started writing a journal.
그리고 저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Until now, I write a journal, not every day, but sometimes.
지금까지도 계속 일기를 쓰고 있어요.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씩요.

So, that was all. I didn't start writing fiction at the time.
그게 전부였어요. 당시에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지 않았어요.

I started writing fiction when I was 19.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19살 때였어요.

And it started with a very short story.
아주 짧은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And then I moved to a little longer story.
그러다 점점 더 긴 이야기를 쓰게 되었죠.

And I published my short stories in literary magazines.
그 후 문학 잡지에 단편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어요.

And I worked as an editor and a journalist for three years after I graduated from university.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 3년 동안 편집자와 기자로 일했어요.

And I really wanted to write my first novel, so I quit my job and did it. It took three years to finish my first novel.

(그때 당시) 첫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완성하기까지 3년이 걸렸죠.

And it took three years to finish my first novel.

첫 소설을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렸어요.

And from then, yes, I have written novels, short stories, and poems as well.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소설은 물론 단편과 시까지 꾸준히 써왔어요.

So, it's like—it's not like I decide to write poems, they just come.
그러니까,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어요. 어느 순간, 시가 저를 찾아왔을 뿐이니까요.

And even when I write fiction, poems just come into the fiction.
심지어 소설을 쓸 때도, 시가 불쑥불쑥 스며들곤 해요.

Like an invasion or an intrusion.
마치 침입하듯이, 갑작스레 들어오는 거죠.

So, yeah, language is something I have to struggle with—maybe till the end.
어쩌면 언어란 건, 끝없이 탐구하고 부딪혀야 할 대상일지도 몰라요.






글을 쓰려고 ‘결심’한 게 아니라, 그냥 글감이 나를 찾아왔다.
이 대목에서 떠오른 건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일화다.

그는 자신의 조각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리석 안에 묻힌 천사의 형상을 보았고, 내가 한 일이라고는 단지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것 뿐이다."
(I saw the angel in the marble and carved until I set him free.)


그에게 조각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형상을 꺼내는 과정이었다.
마치 돌 속에 갇혀 있던 조각상이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는 단지 그것을 끌과 정으로 해방시켰을 뿐이다.

어쩌면 한강 작가의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에게 온 글을 꺼내는 것.
글감이 먼저 나를 찾아오고, 나는 그저 그것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도구가 되는 것.



(2)편에서 계속





한강 인터뷰를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3-0HDQ1CKdo?si=lSzZKW4hC0fHYC9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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