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껴도 맑음’이라는 말처럼 중요한 것은 모두 마음먹기 나름이겠지요
"Change happens. Enjoy change"
고등학교 때 같이 유학하던 친구가 졸업을 앞두고 내게 해 준 말이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동안 다양한 추억과 고민을 공유하던 사이였기 때문에 대학교 진학 후 자주 못 볼 거라는 사실이 제일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학교의 설렘에 동요되어 즐거운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이번 해 24살이 된 나에게 '평범함'의 정의는 달라졌다. 오빠가 다가오는 3월에 결혼하기 때문이다. 8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집이란 4명이 함께 사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 방학부터 우린 3명이다.
유학생 남매이기 때문에 서로 마주칠 일이 많이 없다. 그래서인지 우린 우애가 좋았고 휴학 후 가족과 1년 동안 같이 지낼 수 있는 기회는 소중했다. 오빠가 집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엘리몬 어디 있어?"이다. 평소 내 방에서 시간을 자주 보내는데 오빠가 오면 자연스레 거실로 나간다.
이전까지 난 방학 때마다 가족을 만났다. 여름과 겨울 방학을 합치면 3개월 반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다. 이젠 그 시간들 중에서도 오빠와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 와 닿지 않는다. 다행히 한국에 있는 동안 가족들과 오랜만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빠와의 마지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요즘 4명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마지막처럼 느껴진다.
1월 31일 친할머니의 암 재발 소식을 접했다.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면 대략 2년 정도 더 사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6개월이란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 뜻박의 소식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가족들 모두 큰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이 순간 제일 마음이 힘든 사람은 아마 아버지일 것이다. 할머니는 이제 87세시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더 오래 함께 해주 실 줄 알았다.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카톡을 보내도 여전히 밝으시다. 우리의 걱정을 덜어 주시려고 평소와 같은 모습에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미어진다. 마음 같아선 할머니 머리맡에 마지막 잎새를 그리고 싶다.
항상, 늘, 무조건은 틀린 답이라고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다. 하지만 '마지막'이란 단어는 늘 불안함과 슬픔을 불러온다. 어릴 적엔 평범한 삶이 싫었다. 하루하루 다른 생활을 원했고 잔잔한 삶은 지루한 삶이라고 믿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니 같은 날은 없었다. 티끌모아 태산인 것처럼 매일이 모여 많은 시간이 흘렀고 역시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두 상황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게 더 좋은지 모르겠다. 둘 다 가족의 모습이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기약 있는 이별이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입장이 되어보니 쉬운 게 없다. 물론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꼬마 신랑의 길을 떠나는 오빠에게도 아픈 할머니에게도 힘이 되는 존재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