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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ul 29. 2022

판교에서 종로까지. 퇴근길 1시간 안에 글 한편 남기기

낭비되는 퇴근길 살리기 프로젝트랄까

나의 집은 종로요, 직장은 판교다.

서울을 우하향하여 횡단하는, 매일 여행을 한다.

짧지 않은 길을 오가는지라, 많이들 묻는다. 힘이들지 않느냐고.


빨간버스에서 99%의 확률로 앉아갈 수 있는 지라, 조금 비싸다는 점을 빼면, 부대끼는 강남 출퇴근보다는 훨 낫다고 답한다.

물론 재택하던 시절과 풀출근하는 지금의 삶의 질을 비교해보자면 출퇴근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상당하지만 뭐. 좋게 생각해야지.


시간은 그때그때 다르게 걸린다.

때가 착착 들어맞으면 1시간 안에도 도착하기도하고 길이 막히면 3시간도 걸린다.

적지 않은 시간인데다가 보통은 앉아갈 수 있기 때문에, 난 주로 아이패드로 책을 보거나, 쪽잠을 자거나, 창밖을 멍때리며 오디오북을 듣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출근길 경부를 탈 때 잠시나마 좀 숨을 돌리다, 판교 톨게이트가 다가오면 많이 아쉽다.


출근길은 그래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지만, 그간 퇴근길은 사실 날리는 시간이다. 다가오는 목적지가 못내 아쉬운 출근길과 달리, 하루동안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된 퇴근길은 목적지인 집이 절실하다. 원래는 출근길과 같이 빨간 버스를 탔다가, 최근에 연장됐다는 비싼 신분당선을 타고 신사로 가서 3호선을 갈아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을 종종 택해서 조금이라도 퇴근시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다.


희안한 것은 지하철은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 앉아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뭔가를 집중하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다. 버스에서 시도할 때는 조금 울렁거려서 생산성이 나빠 자주 포기했던 일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길에 글 한편 쓰기.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잔잔한 로파이 재즈를 틀어다가 뭐라도 한 편 글을 쓰고 마무리 짓지 못하면 그런대로 그냥 발행하기.


그 동안 브런치에 글을 잘 쓰지 못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생각하면 한 편 한 편이 전개가 잘 되어야 할 것 같고, 유익해야할 것 같고, 연관성도 좋아야 할 것 같고, 많이 읽혀야 가치 있을 것 같고.

여러가지 핑계를 대어도 그 중심엔 무튼 간에 좀 더 나은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있었다.


그러나 글은 쓸 수록 늘고, 쓰지 않으면 느려진다.

요새는 어떤 주제를 잡고 써내려가야 할 지도, 좀 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사실 글마냥 일상에서도 더딘 일, 아니 더디기라면 다행이지 뒤로 가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을 살았다. 그래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바로 잡으려 노력중이다.


그래서 해보리라 생각한 게 퇴근 길 글쓰기다.

지하철을 타고 올라가면 퇴근 시간은 꽤 일정할테니 이 대충의 한 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엉성한 글을 써봐야겠다. 매일은 좀 무리겠고 일주일에 세번쯤이면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일정한 시간이라면 점점 글의 흐름도 잡히고 양도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작은 실험. 질은 양이 없으면 담보할 수 없으니까. 언젠가 질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읽고 싶은 글을 써야 진짜 작가가 되는 건데

뱉고 싶은 글을 쓰는건 아직 내가 아마추어라 그렇다.


어설픈 마무리, 어설픈 깨달음이나 교훈으로 글을 마무리하지 말라는 조언을 책에서 본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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