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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Jan 11. 2023

출간 후의 현실, 혹은 기회

작가의 마케팅

혹시나 막시나 출간 후에 독립 서점 투어에 나선 나의 이야기를 보고 감명이라도 받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으이그 없어 보인다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한 지인이 날 보고 '대단하다'라고 말하기에 생각이 많아져서 글을 쓴다. 의도가 어떻든 나의 행동은 분명 상호 부담이 될 수도 있고 거절과 비호감의 리스크도 있다. 그러므로 먼저 말해두지만 특별히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감상은 자유이지만 나는 둘 사이의 어디쯤으로, 사실은 내가 하는 일에 별다른 감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나는 나를 내 책의 대리인쯤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내 책이 얼마나 좋은지, 내자랑 하는 것 같은 부끄러움 없이 담담하게 설명할 수 있다. 나는 평상시는 착실한 내향인이지만 내가 쓴 작가 가면은 꽤 두꺼운 것이다.


나는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나에게 대단하다 한 사람은 내가 셀프로 책 마케팅을 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마케팅이란 말은 좀... 부담스럽다.( 그럴 바엔 차라리 홍보가 낫다. 그게 그거인 거 같지만.) 이전에 온라인 사업을 해봤기 때문에 마케팅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런데 '책'은 어떻게 어디로 팔려 나가는 것인지는 사실 잘 그려지지가 않았다. 오랜 독자이면서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다.  


출간을 앞두고 아는 인맥과 서칭력을 다 동원해서 정보를 모았었다. 브런치에서만도 출간에 대한 정보는 꽤 찾을 수 있었다. 책은 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팔리는가? 에 대한 다소 회의적인 이야기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건, 출간 조건으로 작가가 수백 권의 책을 사야 했다거나 부대비용을 내야 했다는 경험담들이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만 초보 작가들에게 종종 벌어지는 일임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계약금과 표준 계약서, 인세. 작은 출판사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심했고, 다음 단계로 나는 이런 상상을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언제나 늘 기회가 닿는 한 쉬지 않고 총천연색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상상력이 꽤나 뛰어난 편이다.

자, 일단 알라딘이나 예스 24에서 날아오는 문자에 내 책 이름이 팡팡 뜬다. 서점의 메인 화면에 우리의 광고가 오래오래 뜨고, 광화문 역 앞에, 전광판에, 버스에, 사방 천지에 우리 책 이름이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읽지는 않아도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하도록 말이다. 그래! 그것이 바로 마! 케! 팅!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면 당신도 순진한 사람이다. 나처럼... 나는 이제 알았는데, 물론 그건 광고가 맞지만 더 정확한 이름은, 돈이라고 해야 한다.


지난주에는 목동 교보 문고에 들렀다. 매대에 수많은 책들이 곱게 누워있었다. 어느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휘황한 서울의 야경을 보면서 "집이 이렇게 많은데 내 집은 하나도 없다"! 고 절규하던데, 내 심정이 이와 같았다. 왜냐하면 책이 책꽂이에 서있지 않고 자리에 편하게 눕는 데에는 돈이 든다. 지점마다 다르겠지만 한 달에 수십만 원을 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제일 좋은 자리는 보통 연단 위로 예약이 항상 되어있다고 한다. 물론 이름을 알 만한 대형 출판사들이겠다.


음. 일 년 치의 누울 자리가 제공되는 대형 출판사와 작가가 자신의 책을 엄청나게 사야 일단 출판이 가능한 요상한 출판사 사이. 그 간극은 마치 하늘과 땅처럼 넓어 보인다. 그리고 요즘엔 독립출판물도 상당히 존재감이 느껴진다. 이 보이진 않지만 느낌으로 소속된 거대한 무리 안 어디쯤에, 나와 내 책이 있다.


어쨌든 다양한 곳에서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책을 오지게도 안 읽는다 출판시장이 죽어간다 어쩐다 말이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겐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만들고 읽고 또 권할 수 있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마케팅이 뭔지 먹는 건지는 몰라도 이왕 나온 이 이야기를 퍼뜨려보자는 마음을 먹게 된다. 기까지 오는데 들어있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 시간에 대한 책임감이자 아기처럼  태어난 책에 대한 애틋함이다.


작가인 나는 다음 이야기를 쓰는 데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닿는 곳에 대한 호기심 내 다리를 움직인다. 그래서 독립 서점을 다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계속할 수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왜냐하면.... 책방을 다님으로써 만날 수 있는 대운은, 건우네 책방에서 이미 다 쓴 것 아닌가? 싶어서다.  농담이고, 계속 다닐 것이다. 아니 사실 농담은 아니다. 우연히 내린 정거장에, 나는 아직 집까지는 아니어도 텐트 하나를 쳤으니까 말이다. 여기는 어쩌면 긴 여정의 베이스캠프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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