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니아 Jun 27. 2024

F1팬이 되어볼까?:
아들의 취미 공유하기

아들엄마 연대기 Ep.3

모나코, 상하이. 몬트리올. 라스베가스. 카타르. 


이 도시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전 세계 각 대륙에 흩어져 있는 이 도시들은 바로 F1 (포뮬러원월드챔피언십/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 시합이 개최되는 장소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못지않은 수의 팬들이 열광하는 이 레이싱 대회에 언젠가부터 내 아들도 빠져버렸다. 매년 2월부터 시작되는 F1의 열기는 우리집에도 같은 시기에 모락모락 피어난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들이 갑자기 F1대회 자료영상을 찾아보고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더니 아예 라이브로 레이싱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 중 누구도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고 F1 대회가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아들은 혼자 자동차 경주의 세계로 종종 떠나버린다.


아들의 이런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남편이었다. 아마도 같이 관심사를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다. 대부분 유료인 F1 대회의 생방송 중계를 보기 이해 영상 플랫폼을 구독하고 온라인에서 F1 관련 자료를 자세하게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과 캐나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이에도 메신저로 아들과 대회와 선수들과 관련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나도 덩달아 유명한 선수 이름을 기억하고, 랭킹 20위권에 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대회 시스템도 이해하게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아들 엄마가 아들과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어렵다. 엄마가 책을 읽을 때 아들은 게임을 하고, 엄마가 테니스를 칠 때 아들은 집에서 빈둥거린다. 무엇인가를 함께, 같은 시간에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은 사실 가능보다는 불가능쪽에 가깝다. 그래서 많은 아들 엄마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인 중 하나는 헬스장에 등록해서 아들을 운동할 때 같이 데리고 간다고 한다. 시간을 정해두고 엄마가 아들을 끌고 가는 형국이다. 물리적인 장소와 시간을 같이 한다고 해서 그 취미를 모자가 공유한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면에서는 엄마의 욕심이자 위안일 뿐이다. 아마 아들에게 물어보면 사실은 엄마와 같이 헬스장에 가는 것은 부끄러워요 할 수도 있다.


경험상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아들의 이미 가지고 있는 취미에 엄마가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것이다. 아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 있다면 엄마가 그것을 조사하고 공부해서 숟가락을 슬쩍 얻는 방법이다. 그러면 더 많은 대화를 진지하게 나눌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F1 레이싱 선수를 개인적으로 검색하고 그의 소설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선수가 개인적으로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패션을 좋아하는지 등의 시시콜콜한 사건들이 자주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 때문에 그것으로 아들과의 대화에 물꼬를 트기가 쉬웠다. 사실 나는 자동차에 관심도 없고 어느 레이싱 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던 말던 알바가 아니다. 하지만 내 아들이 그것을 많이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더 어릴 때부터 레이싱 스쿨에 다닐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을 너무나 안타까워할 정도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 아마추어들이 운전할 수 있는 레이싱형 카트 체험장에 아들을 데리고 갔다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어도 카트를 운전하면서 실제 레이싱의 쾌감을 느낄 수 있으니 아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역시 아들은 스스로 전문적인 레이싱 선수가 되기에는 재능이 부족하구나라며 현실을 깨닫기도 한다. 

 

엄마로서 아들의 취미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한번 뒤돌아보자. 아들이 응원하는 농구팀이 있다면 그 팀의 스타 플레이어를 몇 명이나 알고 있던가. 아들이 비행기를 좋아한다면 보잉, 에어버스의 다양한 항공기들을 몇 번이나 찾아봤던가. 만약 아들이 아이돌을 좋아한다면 그 아이돌의 ‘직캠’을 본 적은 있는가? 아들과의 공통 취미는 새롭게 만들거나 찾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아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과 ‘팬심’에 접근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절대 아들의 취미에 동참할 수 없다거나 이해가 안 된다면, 그저 관심을 표현하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지지해주면 된다. 


아들과 같이 게임을 하면서 취미를 공유하는 아빠는 많이 봤어도, 게임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참고 함께 아들과 게임 삼매경에 빠지는 엄마는 보지 못했다. 그만큼 아들 엄마는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싫은 것도 해보고 관심 없던 것에 눈길을 주어야 아들과 더 가까워진다.


나도 매번 어렵다. F1에 참가하는 자동차들이 ‘소프트’ 타이어를 쓰는지 ‘하드’ 타이어를 쓰는지, 몇 번의 트랙에서 어떤 기록을 내야 레이싱에 남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심지어 레이싱 경기 도중에 피어나는 하얀 연기도 무섭고 레이싱 차들의 굉음도 불편하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나의 이런 노력의 조각들을 아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와 아들의 작은 공유가 언젠가는 큰 공감대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일하는 엄마가 좋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