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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Feb 24. 2023

흉터

살아온 길을 보여준다는 말이 맞을까?

내 미간 사이에는 수두 자국이 크게 나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아이들이 부처님이라고 놀리고 짓궂은 남자아이가 그 패인 곳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을 때 딱지가 떨어지기 전 목욕탕에 나를 데려간 엄마를 원망했었다.

그 부분에만 털이 안 나고 하얗게 이물질이 묻은 것 같은 자국으로 남아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신경 쓰였다. 그래서 나는 학창 시절 내내 앞머리를 내리고 다녔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 되어서도 자신 있게 드러내 보이지 못했었다.

어떤 일을 겪고 나서부터는 흉터치료도 받지 못한 형편, 부모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얼굴에 상처가 흠인 여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마음고생을 좀 했다.

값비싼 옷이나 액세서리들로 치장해도 내 얼굴의 흉터는 내 삶에서 불우했던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극복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시원한 바람을 이마로 맞으면서 느끼는 청량함을 나는 알고 있고,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의 불편함도 안다.

흉터를 드러내는 결정을 하게 되면 따라오는 장단점을 알지만 무언갈 가리기 위해 하는 모든 일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싫어졌다. 그래서 이마를 드러내고 다닌 지 2년 남짓이지만 마음은 거울을 볼 때마다 달라진다.

'아.. 별로다. 저 흉터만 없으면 더 깨끗한 이미지일 텐데..'

'뭐 남들이 다른 사람 얼굴을 그렇게나 자세히 들여다보겠어? '

하루에도 오락가락하는 마음 때문에 나는 아직 내 흉터에 대한 상처가 극복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엄마에게 이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응석 아닌 응석을 부리고 온 날,

나보다 더 속상해하는 엄마의 모습에 쓰라린 어딘가의 한 부분은 연고가 발라진 듯 치료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들 바라보라지.

내 삶을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걸어온 길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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