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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샤랄라 May 09. 2024

우리 엄마는요.

있잖아요, 

오늘 저는 우리 엄마를 소개하려고 해요. 

우리 엄마는요. 

제가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으면

끄덕끄덕 들어 주세요. 

갑자기 귀가 엄청 커져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해도 모두 들어 주세요. 


우리 엄마는요, 

짖꿎은 남자아이들이 나를 쫓아오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그 아이들을 쫓아주세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딸,

괴롭히지 말라고 손에 마법 빗자루라도 들고 있는 듯

씩씩대며 달려 오신다니까요. 


우리 엄마는요, 

제가 오늘 급식을 먹다가 국물을 튀기도 하고, 

팔꿈치에 밥풀을 묻히고 오면 

웃으시면서 이 밥풀은 언제 떼어 먹으려고 붙이고 왔냐고 

웃으면서 떼어 주세요. 


우리 엄마는요, 

제가 수학시험에서 

그것도 아주아주 쉬운 수학시험에서 3개나 틀려 왔는데도

혼내지 않으세요. 

무엇이 어려웠을까, 왜 이 답을 골랐을까, 

다음 시험에서 더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물어봐 주세요.

갑자기 친구가 말시켜서, 시끄러웠어서 

오만가지 이유를 갖다 붙여 말해도 모두 들어 주세요. 

그리고 같이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다음 번에는 잘 풀 수 있을지.


우리 엄마는요, 

아침에 내가 더 자고 싶어서 이불 속으로 

파고 또 파고 들어도 

절대 화를 내지 않으세요. 

힘이 세서요, 

저에게 뽀뽀하며 번쩍 들어서 

식탁 의자 위에 앉히시지요. 

그런데요, 제가 날마다 날마다 커서

이제 엄마는 저를 들어올리기가 힘드시대요.


우리 엄마는요, 

오빠보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예쁘고, 영어도 잘하고, 

음~ 또 예쁘니까요. 

저는 매일매일 엄마 옆에서 자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는 엄마 침대 위에서 자고 싶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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