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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늘보 Feb 27. 2018

4-6. 아르바이트의 미래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15

4-6. 아르바이트의 미래



  6) 아르바이트의 미래; 직업 형태의 변화


  지난 시간까지 많은 직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존의 정형화된 직업들인 의사, 판사, 회계사 등과 앞으로 떠오를 직업인 프로그래머, 메이커,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의 직업들이 등장했다. 이 직업들은 무슨일을 하는 지에 따라 구분되는 직업의 이름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에서는 직업이 전부가 아니다. 사람은 직업을 바탕으로 직장에 고용된다.

  직장은 하는 일의 종류 외에도 고용기간, 근무 시간, 근무 형태 등 매우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상사는 어떤 성격인지, 자주 마주치는 사원은 누구인지까지도 포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구성요소들에 의해 또 다시 직업들은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이를 바탕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파견직 등의 이름들을 지니게 된다.

  허나 생각해보면 대체로 미래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할 땐 종종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만 초점을 둔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어떤 작업을 사람 대신에 할 수 있는지, 그 작업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은 얼마나 대체될 위험이 있는지 논하고, 이를 줄 세운다.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이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실제로 일을 하는 직장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생각해보자. 지금 나의 직장은 하루 중 몇시간이나 일하는지, 낮에 일하는지, 밤에 일하는지, 혼자 일하는지, 여럿이서 일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생각을 했다면 이제 조금씩 미래기술들을 도입해보자.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자동화와 연결성의 극대화가 직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 같은가? 자동화에 의해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 것 같은가? 가상현실기술이 집에서도 일하게 해줄 것 같은가? 아니면 극대화된 연결성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상사랑 연결되어 일이 내려오진 않는가?


하는 일만 고려해선 미래의 일자리에 대해 바르게 예측하긴 부족하다.


  이렇듯 하는 일 외의 다른 조건들만으로도 직장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직장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모두 이야기하기엔 어려우므로 여기서는 단기 및 임시고용으로 대두되는 아르바이트만 이야길 하고, 그 대신 책을 한권 추천하겠다. 바로 린다 그래튼의 '일의 미래'이다.


직장의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해보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 직업과 직장은 다르고, 하는 일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저자는 이 책에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미래의 직장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실었다. 그 직장에서 하는 일뿐만 아니라 직장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어떻게 일을 하게 될지 또한 상상하여 서술했기 때문에 직업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기에 좋은 책이다. 사족으로 미리니름하자면 이 책에서도 미래는 열린 결말이다. 다만 오늘의 자신이 미래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뜻깊게 전달한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 시간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아르바이트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르바이트는 하는 일의 종류는 다양하나 대체로 단기 또는 임시로 고용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이 점 때문에 직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노동하고 돈을 받는다는 점과 그리고 엄연히 경제활동에서 역할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논해야 할 대상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고민해보자. 지금의 아르바이트들은 미래에 사라질까?


지금의 아르바이트들은 미래에 사라질까?


  그럴 수 있다. 로봇으로 대체되는 직업들처럼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면 아르바이트 또한 로봇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미래엔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 상품을 로봇이 만들고 서빙하게 될 수도 있다. 자판기를 생각하면 쉽다. 지금은 사람이 자판기 외부에서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지만, 미래엔 건물만 한 자판기에 들어가, 돌아다니는 로봇에게 주문을 하고, 만들어지길 기다리다, 로봇이 서빙해주는 음식을 먹고 나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물론 주문, 요리, 서빙 모두 로봇이 하므로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사람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모두 사라진다고 할 수 없다. 적어도 당분간은 로봇의 초기 비용이 매우 비쌀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용주가 로봇을 사는 것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더 비싸다고 생각하면 아르바이트는 여전히 사람이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시켜야 하는 요리와 같은 부분은 로봇이 담당하게 될 수 있다. 반대로 사람을 대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주문 및 서빙의 경우는 여전히 사람으로 고용될 가능성이 높다.

  공사장이나 공장 아르바이트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복되는 공정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위험한 일 또한 로봇이 맡게 될 수 있다. 물론 비용 때문에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아르바이트로 고용될 수도 있다. 번역 아르바이트 또한 잘 개발된 인공지능 번역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전단지 아르바이트는 전단지가 전자화됨에 따라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반면 사람이 해야 의미가 있는 아르바이트들이 있다. 방청객 아르바이트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아르바이트들이 그렇다. 물론 이들도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의 형태가 변함에 따라 방청객이 필요하지 않은 방송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청객이 필요한 경우엔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 시청자는 방청객의 반응을 보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경우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기에 역시 사람이 빠질 수 없다.


사라지는 직업들이 아르바이트처럼 되진 않을까?


  새로 생겨나는 직업들처럼 새로운 아르바이트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기본의 직업들이 해체되고 단순업무만이 남아 아르바이트처럼 사람을 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각 직업은 단 하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양한 일들이 하나의 직업이라는 이름 내에 내포되어 있다. 발달하는 기술은 이를 해체하여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은 로봇이 대신하고, 다른 직업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직업이 대신하게 함으로써 본래의 직업을 해체해 갈지도 모른다(이에 대한 예는 '4-5. 위협받는 '정형화'된 일자리, 살길은?'를 참조하길 바란다). 그렇게 남은 일이 단순업무일 경우 기존 직업은 아르바이트처럼 운영될 수도 있다.

  또한 극대화된 연결성은 고용주들에게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시간에만 고용할 수 있도록 해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피고용인들은 경쟁하는 인력시장 속에서 픽미업! 을 외쳐대야 한다. 즉, 지금보다 더 경쟁이 심한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자신의 전문성을 잘 구축한 피고용인은 오히려 고용주들이 서로 모셔 가려고 할 것이다. 극대화된 연결성이 이번에는 고용주들을 경쟁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래의 직업들은 고용 유연성이 대체로 커지는 방향으로 만들어 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의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직업들이 단기 및 임시고용의 형태를 지니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단정적인 미래가 아니다. 미래는 열린 결말이다. 지금의 결정에 따라 미래는 만들어져 간다. 지금의 결정이 고용안정성, 고용 유연성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따라 미래의 직업의 모습은 점차 바뀌어 간다. 뒤에서 이야기할 것이지만 '기본소득'이 잘 실현되는 미래의 경우, 높아지는 고용 유연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생활기반이 보장되어 서로 협력하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생활기반이 불안정한 미래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더욱 경쟁 속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과 경쟁, 이 서로 상반되는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음 시간부터는 서로 상반되는 미래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결정하는 요소들 또한 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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