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권고
2018년 발표한 핀테크 전략에 따라, 위원회는 유럽의 감독기구들(European Supervisory Authorities, ESAs)에 현행 유럽연합의 규제체계를 가상자산에 적용할 수 있는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규정(Regulation (EU) No 1095/2010) 제9조 제4항에 따라 유럽의회, 이사회 및 집행위원회에 대한 권고(Advice) 권한을 행사하였다. 권고 내용은 일부 가상자산을 제외하면 유럽연합의 규제를 가상자산에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해당 권고에는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부터,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에 해당할 경우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좋은지 등 가상자산을 법제화하기에 앞서 논의하면 좋을 기본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의 틀을 고민하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문서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가상자산(crypto-assets)을 암호기술(cryptography)과 분산원장기술(DLT)이 적용된 일종의 사적(private) 자산으로 정의했다. 이때, 가상자산은 비트코인과 같은 것부터 ICO(Initial Coin Offerings)를 통해 발행되는 것, 수익권 또는 거버넌스 권리가 부여되어 있는 것, 교환수단으로 사용되는 것 등 다양한 종류로 구분될 수 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특정 종류의 가상자산이 현재 규제되고 있는 자산과 기능 및 개념 등이 유사할 경우 그 자산과 동일하거나 혹은 매우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고를 발표한 2019년 당시만 해도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가상자산의 규모가 크지 않아 가상자산이 직접 금융안정 문제를 야기하긴 어렵다고 보았으나, 사기, 사이버 공격, 자금세탁, 시장조작 등 투자자 보호 및 시장 건전성에 미치는 위험은 문제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가장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으로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꼽았다.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는 곧 가상자산에 어떠한 규제가 적용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투자자가 어느 정도로 보호될 수 있는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은 가상자산이 혼합된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일률적인(one size fits all)’ 적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으로 구분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회원국(NCAs)을 대상으로 표본 가상자산을 활용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표본 가상자산은 유럽 투자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가상자산 샘플이었다. 해당 샘플에는 투자형(investment-type), 효용형(utility-type), 투자형·효용형·지급형(payment-type)의 혼합형 등 다양한 종류의 가상자산이 포함되었다. 순수한 지급형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에 해당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제외되었다. 설문조사 결과, 다수의 회원국은 수익권이 부여된 가상자산이 양도성증권(transferable securities) 또는 기타 MiFID상 금융상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결과가 가져다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회원국마다 금융상품을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회원국마다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부 회원국은 양도성증권을 정의할 때 이에 해당될 수 있는 구체적인 목록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 다른 회원국은 보다 광범위한 해석을 허용하고 있었다. 즉 일부 회원국은 법률에 따라 가상자산을 양도성증권으로 규제할 수 없는 반면 다른 회원국은 가상자산을 양도성증권으로 해석하여 관련 규제를 적용할 수 있었다.
가상자산이 양도성증권 또는 기타 MiFID상 금융상품에 해당하는 경우, 투자설명서지침(Prospectus Directive), 공시투명성지침(Transparency Directive), MiFID II, 시장남용지침(Market Abuse Directive), 공매도규정(Short Selling Regulation), 중앙예탁기관규정(Central Securities Depositories Regulation), 결제완결성지침(Settlement Finality Directive)을 포함한 유럽연합의 금융상품 관련 규제가 해당 가상자산의 발행자 및 해당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기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때,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기존 규제체계를 가상자산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규정이나 지침의 일부 요건이 분산원장기술(DLT)에는 쉽게 적용되지 않거나 완전히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또는 전자화폐지침 등 금융상품이 아닌 상품에 적용되는 기타 유럽연합 규제도 적용할 수 없는 경우) 규제 공백이 소비자에게 상당한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았으며, 모든 가상자산 관련 활동에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일부 회원국이 「금융상품시장에 관한 지침(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 MiFID)」상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는 가상자산에 국가 차원의 맞춤형(bespoke) 규제를 이미 도입하였거나 고려 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의도는 알겠으나 이러한 접근은 규제 차익을 발생시켜 유럽연합 내에서 가상자산이 공정한 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을 가지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가상자산의 규제 체계는 유럽연합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1) 기존 유럽연합의 규제가 가상자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2) 유럽연합의 규제를 받지 않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규제하면 좋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회원국(NCAs) 간 감독을 통일하기 위해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며 국제적 대응을 위해 글로벌 규제당국과의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출처 : Advice Initial Coin Offerings and Crypto-Assets, ES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