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던져 올린 불씨(4)

2017년 11월 유럽증권시장감독청(EMSA)의 경고

by 유달리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2017년 11월에 ICO(Initial Coin Offerings)에 관한 두 건의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2018년 2월 유럽은행감독청(EBA) 및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과 함께 가상자산(Virtual Currencies, VCs)에 관한 공동 경고문을 발표하였다.


ICO는 코인이나 토큰을 이용하여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방법을 의미한다. ICO는 초기 토큰 공개(initial token offering) 또는 토큰 판매(token sale)라고도 불리는데, 기업이나 개인은 코인이나 토큰을 발행하여 이를 유로와 같은 전통적 통화 또는 비트코인(Bitcoin)이나 이더(Ether)와 같은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코인이나 토큰의 특징과 목적은 ICO마다 다양한데 일부 코인이나 토큰은 발행자가 개발하는 서비스나 제품에 접근하거나 이를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다른 일부는 의결권이나 발행 기업의 장래 수익에 대한 지분과 결합된 형태로 발행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실질적인 가치가 전혀 없기도 하다. 특정 코인이나 토큰은 발행 이후 전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거나 통화 또는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될 수 있다. 코인이나 토큰은 일반적으로 분산원장 또는 블록체인 기술(DLT)을 이용하여 생성되고 배포된다. 사실상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ICO에 참여할 수 있다. 이때, 코인과 토큰은 구분하여 지칭되는데 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이 해당 가상자산을 위한 별도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가진 것을 의미하고 토큰은 기존 블록체인 시스템을 사용하여 발행될 수 있는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2017년 11월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ICO에 관여하는 기업에게는 관련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함을, 투자자에게는 ICO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먼저,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ICO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자신의 활동이 규제되는 활동(regulated activities)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기업의 자본을 조달하는 ICO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ICO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EU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채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코인 또는 토큰이 금융상품에 해당하는 경우 ICO 관련 기업들은 금융상품의 인수(placing), 매매(dealing), 자문(advising) 또는 집합투자기구의 운용(managing)이나 판매(marketing)와 같은 규제되는 투자활동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양도성증권을 대중에게 판매(offering transferable securities to the public)하는 행위에 관여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규제 체계를 검토하고 필요한 인허가를 취득하며 적용 가능한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임을 밝혔다.


즉,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아직 코인이나 토큰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코인이나 토큰이 금융상품 등으로 정의될 경우 해당 상품의 인허가 요건을 취득하지 않은 채 ICO를 실시한 기업은 EU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ICO가 증권신고서지침(Prospectus Directive), 금융상품시장지침(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 MiFID), 대체투자펀드운용자지침(Alternative Investment Fund Managers Directive, AIFMD), 제4차 자금세탁방지지침(Fourth Anti-Money Laundering Directive) 등을 위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신고서지침(PD)은 EU 내에서 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때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ICO가 양도성증권을 발행하는 것이라면 증권신고서(prospectus)를 공시해야 한다. 이때 증권신고서에는 투자자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판단(informed assessment)을 내리는 데 중요(material)한 정보를 포함해야 하며, 그 정보는 쉽게 분석이 가능해야 하고 이해가능한 형태로 제시되어야 한다. 동 규정은 누가 증권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해당 정보를 책임을 지는 자(발행인, 청약권유자, 거래승인을 신청하는 자 또는 보증인)는 증권신고서에 명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ICO가 어떠한 방식으로 구조화되는지에 따라, 코인 또는 토큰은 양도성증권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그 경우 관할당국(Competent Authority)의 승인을 받는 증권신고서의 공시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은 투자서비스 및 활동에 대한 단일시장을 창설하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MiFID에 정의된 금융상품과 관련한 투자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은 MiFID 요건을 준수하여야 한다. 즉, 코인 또는 토큰이 금융상품에 해당한다면 코인 또는 토큰이 생성, 배포 또는 거래되는 과정은 금융상품의 인수(placing), 매매(dealing), 자문(advising) 등 일부 MiFID의 투자서비스 활동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경우,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MiFID에 규정된 조직 요건(organisational requirements), 영업행위 규칙(conduct of business rules), 투명성 요건(transparency requirements)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대체투자펀드운용자지침(AIFMD)은 유럽연합 내에서 대체투자펀드(AIF)를 운용하고 판매하는 대체투자펀드운용자(AIFM)의 인가, 지속적 운영 및 투명성에 관한 규칙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ICO는 구조에 따라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이를 사전에 정의된 투자정책에 따라 투자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 대체투자펀드(AIF)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ICO에 관여하는 기업은 대체투자펀드운용자(AIFM) 규정을 준수해야 할 수 있다. 이때 대체투자펀드란 집합투자기구의 일종으로 유럽연합에서 집합투자기구(collective investment)는 크게 일반 투자자(소매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모형 펀드(Undertakings for Collective Investment in Transferable Securities, UCITS)와 그 이외의 대체투자펀드(AIF)로 구분된다.


제4차 자금세탁방지지침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을 금지한다. 이 지침은 신용기관(은행) 및 금융기관을 포함한 기업에 적용되며, 여기서 금융기관에는 MiFID상 투자회사, 그 지분 또는 주식을 판매하는 집합투자기구(collective investment), 그리고 신용기관이 아니면서 신용기관이 제공하는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포함된다. 이 지침은 기업에게 고객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를 수행하고, 적절하게 기록을 보관하며 관련한 내부 절차를 마련할 것을 규정한다. 동 지침에 따라 기업은 의심스러운 활동을 보고할 의무가 있으며, 관련 공공당국의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동 규정에 따르면 ICO 관련 기업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같은 날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ICO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ICO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투자한 경우, 투자금의 전액 손실을 포함하여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ICO가 규제되지 않은 경우에는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점, 익명성과 짧은 기간 내에 대규모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특징으로 사기 또는 불법 활동에 취약하다는 점, ICO가 자금세탁으로 사용된다는 점, 발행된 코인이나 토큰이 특정 서비스 등에 접근할 수 있다는 특징 외에 본질적인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 특정 서비스의 개발이 보장되지도 않는다는 점, 유로와 같은 화폐로 교환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가격이 극심하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점, 거래소 중 다수가 규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백서의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하다는 점,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투자에 임할 수 있다는 점, 분산원장 및 블록체인 기술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는 점, 토큰이나 코인 등을 이전하거나 보관하는 프로그램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 해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CO는 대부분 실체가 없는 코인이나 토큰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구분되는 면이 있지만 분산원장 및 블록체인 기술의 검증 불확실성, 제대로 된 규제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채 발행되고 있다는 점 등 현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환경과 유사한 면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2017년 발표한 성명서는 현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사용자들에게도 일부 동일한 경고의 함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출처 : ESMA, Statement to firms involved in ICOs (EU regulatory requirements), 2017.11.13./ ESMA, Statement to investors on ICO risks,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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