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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Apr 05. 2021

분투하는 예술, 투쟁하는 삶

[고뇌,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 예술가의 삶,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유희하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여기서 '유희'라는 말은 단순히 논다는 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활동을 의미한다. 음악, 미술, 문학, 스포츠, 무용 등의 분야가 포함된다. 이들은 실생활과는 떨어져 있고, 비생산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생활면에서는 오히려 필수적인 것이다.  


예술과 문화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되어 왔다. 수많은 작품들과 그들을 창조해낸 예술가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인류에게 영감을 주었던 작품들에 비하여, 그것들을 창조해낸 예술가, 그들이 살아온 생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작품 자체로는 눈부시나, 그 작품을 만든 작가, 그리고 그들이 지내온 시절은 고독과 아픔으로 점철된 경우가 적지 않다.


예술가들은 남들이 지니지 못한 시각과 천재적 재능을 지녔지만, 그것이 오히려 족쇄가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남들이 모를 고통의 시간을 지내기도 했다. 화려하고, 강렬해 보이는 작품들 뒤에는 그보다 더 불꽃처럼 타오른 작가의 인생이 있었다.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그가 만들어낸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준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뇌,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



숨겨진 천재 예술가를 찾아서 - <고뇌,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2018)


1968년의 LA, 만화책, 초현실주의 관련 책을 모으던 글렌은 헌책방에서 오래된 책을 한 권 발견한다. 폴란드 출신 작가의 독특한 그림과 조각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1973년 다른 서점에서 벽에 걸린 포스터 한 장을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작가의 조각과 사인이 담겨 있었던 것. 서점 주인을 통해 그가 찾던 작가가 인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화번호부에서 연락처를 찾고, 그를 만나러 간다.


<고뇌,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2018)는 뛰어난 실력으로 멋진 작품을 남겼으나, 빛을 보지 못 하고 사라져 버린 예술가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주인공인 슈칼스키는 폴란드 태생으로 13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조각에 재능을 보인 슈칼스키는 15세의 나이에 유럽 아카데미에 합격했지만,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거부했다.


젊은 시절의 슈칼스키는 할리우드의 예술가와 교류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슈칼스키는 1935년 그의 작품을 가지고 폴란드로 돌아간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조각상을 만들고 본인의 이름이 들어간 미술관까지 생겼다. 하지만 이어진 세계대전으로 대다수의 작품들을 잃게 되었고, 부인과 함께 LA로 돌아왔다. 전쟁은 끝났으나, 그는 폴란드에서도 미국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로는 잊힌 작가가 되고 말았다.


천재성을 지닌 예술가들이 대개 그러하듯 독특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었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대단했다. 스스로 천재라고 자부했던 그는 예술가는 전통을 따라서는 안 되고, 자신의 영감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주어진 기준을 넘어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지만, 그의 갈망만큼 세상은 그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천국으로 가는 계단 -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세계>



예술가가 끝내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 <천국으로 가는 계단 -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세계>(2016)


불꽃놀이를 위한 화약을 생산하는 공장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차이 구어 치앙은 불꽃놀이를 예술의 단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 -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세계>(2016)는 불꽃놀이의 수도로 불리는 류양, 치앙의 고향인 푸젠성 취안저우 등을 배경으로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이야기와 그가 살아온 시절을 풀어나간다.


화약을 기본으로 한 그의 작품을 보면서 예술성과 즉흥성에서 서예의 느낌을 받는다. 초기의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 그늘 아래서 관습적인 작품만 만들어냈다. 그러다가 유화에 화약을 바르고 폭파시키며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 나갔다. 중국의 개방화, 일본과 뉴욕 이주 등으로 그의 작품은 점차 더 자유로워졌고, 스케일도 커졌다.


그의 회고담을 통해 중국의 근현대사를 정리할 수 있었다. 문화 대혁명부터 중국의 개혁 개방이 스쳐 지나간다. 성공한 예술가로 인정받은 후, 그는 베이징 올림픽과 APEC 등의 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의 재능은 필요로 했으나, 그가 바라던 요구사항들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술과 정치를 접목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자연의 색이 강하다. 그는 중국의 가장 큰 문제를 환경이라 여긴다. 그는 사회적 양심이 큰 사람이었고, 지구를 아낀다. 작품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여느 중국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당국과의 긴장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생분해성 염료를 사용하는 등 길을 모색했다.


그는 하늘을 캔버스로 삼고,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천국으로 가는 계단> 프로젝트는 몇 번이나 실패했다. 기독교인이 신에게 다가서려는 것처럼 사다리를 만들어 마을과 우주를 잇고 싶어 했다. 베스, 상하이, LA에서 시도했으나 기상여건, 911 사건, 산불로 인해 시도하지 못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천국으로 가는 계단> 프로젝트로 다시 돌아와 마무리짓는다.  



출처: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 한 점에서 시작된 영화적 상상력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3)


1665년 네덜란드의 델프트. 가난한 그리트는 하녀가 되어 화가인 페이메이르의 집으로 들어간다. 허드렛일을 주로 하던 어느 날, 미술 작업실에 들어선다. 작품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청소를 하던 어느 날, 페이메이르를 만났다. 그는 그리트가 창가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며 다음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3)는 천재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와 그의 집에 하녀로 들어간 소녀의 이야기다. 화가는 예술을 이해하는 소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소녀는 곧 화가의 뮤즈가 된다.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교감을 나누며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페이메이르는 그리트를 모델로 명작을 완성한다.


빛과 색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있던 그리트는 페이메이르에게서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빛과 명암을 배우고, 하늘 위 구름을 보며 색을 보는 눈을 기른다. 그는 색을 혼합하여 물감을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그림 보조 역할을 하면서 또한 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은 또한 관객이 미술과 예술작품을 배워가는 통로가 된다.


영화를 통해 17세기 네덜란드의 미술과 예술계를 알 수 있었다. 일단 페이메이르의 여러 작품들이 영화에 교묘하게 들어가 있다. 영화 자체가 페이메이르의 도록을 보는 느낌이 든다. 후원자 반 라이벤의 입을 통해 페이메이르 그림의 해석을 듣기도 한다. 탄생 축하 연회를 빌려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공개하는데,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작가와 후원자의 관계를 알 수 있다.


페이메이르는 렘브란트와 동시대에 활동했지만, 그에 비하여 작품이 많지 않다. 그의 삶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영화의 대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림 속에 드러난 화가의 감정을 통해 위대한 화가에게 영감을 준 소녀가 창조되었다.  



출처: 영화 <러빙 빈센트>



살아 움직이는 고흐의 명작들 - <러빙 빈센트>(2017)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1년이 지났다. 우체국장의 아들 아르망은 아버지의 부탁을 받는다.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그의 동생 테오에게 직접 전해주라는 것. 테오의 행방을 찾던 중, 아르망은 그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고흐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르망이지만, 그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깨닫고, 그 발자취를 추적해 나간다.


<러빙 빈센트>(2017)는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 고흐의 삶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고흐의 인생은 결코 성공적이지 않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고 싶었으나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사랑했던 연인과의 연애도 실패했다. 고갱과 같은 친구와의 각별했던 우정도 깨어졌다. 정신병으로 고통받다가 3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빛나는 작품들도 그가 죽은 이후에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등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들을 그렸고, 그의 드라마틱한 삶 역시 너무나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새로운 영화를 만든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화풍의 독특한 그림체와 추리극을 방불케 하는 이야기 전개로 이 작품만의 개성을 잘 살렸다.


보통의 관객이라면 고흐를 스스로 귀를 자른 일화로 알려진 괴짜 혹은 정신장애인 화가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길을 떠난 아르망은 고흐를 좋아하지 않던, 딱히 관심도 없던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관객의 시선을 대표한다. 그 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자의 시각에 따라 고흐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영화가 마칠 무렵, 그 모든 평판들이 모여져 고흐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르망이 여러 사람을 만나며 고흐에 대하여 점점 알아가는 것처럼, 관객들도 고흐를 서서히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CG와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러빙 빈센트>는 시각적 충격을 준다. 제작 기간이 총 10년. 1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의 6만여 점의 유화를 그려 완성했다. 고흐의 작품 800여 점 중 130여 점이 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탕기 영감, 가셰 박사 등은 고흐의 작품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그의 유명한 작품들이 인물과 배경으로 움직이는 것을 영화 내내 볼 수 있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천국으로 가는 계단 -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세계>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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