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인간을 말하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을 찾아서
오랜 세월, 수많은 종교와 철학과 학문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설명하고자 했다. 각자의 전문분야에 따라 파고들었다. 누군가는 육체와 영혼을, 다른 누군가는 마음과 정신의 특성을 밝히고자 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를 연구하고, 때로 인간끼리 비교해 보기도 했다. 인문학적으로, 자연과학적으로, 때로 의학적으로 접근하기도 했다. 연구가 계속될수록 정답에 다가서기보다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문학작품과 영화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하여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사회생활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그 안에 있는 나의 자리를 통해 인간 내면을 알 수도 있었다. 개중에는 많은 이들을 데려다가 직접 실험하여 결과를 얻기도 한다. 뛰어난 상상력과 전복으로 인간성에 대해 추리하기도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으로 언젠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멀지 않아 보이는 미래를 준비하며 많은 질문을 던져본다. 안드로이드가 자의식을 갖게 되는 날이 올까?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는 인간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지 않을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새로운 인간상에 대해 상상하고 준비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알지 못했던 인간의 모습
<100인 인간을 말하다>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의문, 해결!’이라는 부재를 지니고 있다. 미국 사회를 반영할 수 있도록 연령, 직업, 성별, 피부색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100명을 선정하여 인간 행동에 대한 질문을 했다.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지 실험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다큐멘터리로 분류되지만 예능으로서의 흥미도 유지했다. 이 시리즈는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각 편마다 30~40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화에서는 <인생 최고의 나이>가 언제인지 물었다. 즉 인간은 언제가 가장 유능한 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체력, 의사소통 능력, 기억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젊을수록 점수가 높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결과는 달랐다. U자형 곡선을 이루는데, 20대에 가장 높았고, 30대, 40대, 50대에 하강하다가, 60대에 이르러 다시 상승한다는 것이다.
4화 <편견, 있으신가요?>는 제목 그대로 편견에 대하여 묻는다. 처음 출연자들에게 편견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대다수의 사람들(응답자의 94%)이 없는 편이라고 답했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 참가자들에게는 관찰력 실험, 반응 속도 실험이라고 소개하는 등 보안을 유지했다. 실제 실험 결과를 보면 외모, 성별, 피부색 등에 따라 편견을 보이며,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선입견, 첫인상, 사회적 편견, 고정관념 등 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8화 <인간에게 물어라>는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아 서로에게 답을 구하는 형식이었다. 화장실의 휴지를 걸어놓는 방향, 개인적인 변기 사용법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물어보았다. 세상에 영웅이 얼마나 있는지, 누가 영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실험했다. 이름이 알파벳(가나다순) 뒤쪽에 있는 삶의 인생이 외로운지, 성씨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경험적으로 또는 직관적으로도 답을 예상할 수 있었으나 이 프로그램은 결과에 상관없이 직접 실험해 본 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겠다.
8개의 에피소드 가운데 40여 개의 실험이 진행되었다. 의외의 결과가 나와서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도 하나, 실험이 완벽하게 설계되거나 통제된 것은 아니라서 그 결과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때로 제작자가 원하는 답변이 미리부터 정해져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세상에는 배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우리에게 좀 더 열린 생각과 마음이 필요함을 느끼게 했다.
계급으로 마주하는 인간의 본성
전쟁으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자, 과학자들은 지구의 열을 식히기 위해 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한다. 오히려 지구에 빙하기가 닥치고 말았다. 이를 예상한 윌포드는 노아의 방주처럼 1001칸으로 구성된 설국열차를 만들었다. 최후의 날이 가까워지자 부자들은 열차로 모여들었다. 이 사실을 안 가난한 사람들은 열차를 습격했다. 기차를 타려는 사람, 이를 막으려는 사람, 결국 타지 못 한 사람.... 혼돈의 도가니. 그 와중에 기차는 출발한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제2의 빙하기가 시작된 지구, 생존자들은 질주하는 설국열차를 타고 달린다. 열차는 신분이 극명하게 구분되어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꼬리칸에, 부유한 사람들은 앞쪽 칸에 타고 있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기차가 달린 지 17년이 지나, 젊은 지도자 커티스가 폭동을 일으킨다. 넷플릭스 드라마 <설국열차>는 영화의 시점보다 10년 앞선, 빙하기가 시작된 7년 후 시점을 다뤘다.
영화와 드라마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일단 길리엄, 커티스, 남궁민수 등 영화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라면, 드라마는 형사 추리물이 추가되었다. 꼬리칸의 리더 레이턴은 전직 강력 형사이다. 그는 기차 안을 돌아다니며 살인사건을 수사해 나간다. 동시에 앞칸의 정보를 모아 꼬리칸의 혁명을 완수하고자 한다.
설국열차 안은 거대한 계급사회이다. 1등급 칸은 윌포드가 기차를 제작할 때, 경제적 지원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투자의 대가로 기차 안에서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3등급 칸은 가장 인구가 많은데, 기차가 움직이도록 실질적인 일들을 맡고 있었다.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빈민 계급은 반란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니 제약조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도 제각각 동상이몽이다. 열차 안 사람들은 앞칸과 뒷칸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예를 들어 대다수를 차지하는 3등 칸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힘든 일은 자신들이 다하는데, 1,2등급 칸 사람들이 그 열매를 차지하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불평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보다 못 한 처우를 받는 사람들을 통해서 안도를 느끼기도 한다. 한 줄로 늘어선 기차를 통해 세상의 축소판을 볼 수 있다.
인간과 늑대, 이도 저도 아닌, 둘 다이기도 한
호랑이 시어 칸은 정글의 법칙을 깨고 인간을 공격한다. 이 살육에서 살아남은 인간 아기가 모글리이다. 흑표범인 바기라는 아기를 발견하고 지혜로운 늑대 니샤에게 건네준다. 니샤는 늑대 우두머리인 아켈라에게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허락을 구했다. 바기라와 발루(곰)가 모글리의 후견인이 되어주었다.
<모글리: 정글의 전설>(2018)는 1894년 러디어드 키플링이 쓴 소설 <정글북>을 원작으로 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룸, <킹콩>(2005)에서 킹콩,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에서 시저의 역할을 맡아 유명해진 앤디 서키트가 감독을 맡았다. 그 때문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 블란쳇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여 목소리 더빙뿐 아니라 모션 캡처 기술로 동물 캐릭터에게 인간적인 표정과 행동을 덧붙였다.
모글리는 늑대에 의해 키워졌으나 자신이 여느 늑대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늑대 사회에서 배척을 당하고, 인간 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글리는 늑대로도 인간으로도 부족하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소수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나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영화는 한 소년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나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원작 소설에서 ‘불’은 시어 칸을 물리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이자 인간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불이 이 작품에서는 달리 그려진다. 아켈라를 위협하는 시어 칸을 막기 위해 불을 사용했으나, 아켈라는 기뻐하지 않는다. 인간의 무기를 휘둘렀다는 이유로 늑대 무리에게 큰 수치를 안겨 줬다며 배척을 당한다.
흑표범 바기라의 경우, 어릴 적 인간사회에서 애완용으로 살다가 정글로 돌아온 설정이다. 정글에서 키워져 인간 마을로 되돌아간 모글리와는 정반대의 성장과정을 지녔다. 그는 인간 마을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모글리를 집중적으로 추격하고, 도망 테스트에서 떨어지게 만들었다. 바기라는 모글리가 인간들의 방식에 적응하고, 정글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모글리를 고아로 만들고, 길러준 늑대들까지 공격한 시아 칸, 동물 친구들을 죽이고 박제로 만드는 사냥꾼, 자신과 같은 약점을 지녔던 외톨이 늑대 부트... 모글리 주변의 모두가 음으로 양으로 그를 성장시킨다. 영화의 결말은 모글리가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도, 완벽한 늑대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도 아닌 늑대도 아닌, 인간이기도 하고 늑대이기도 한, 경계에 선 모글리는 결국 정글의 희망이 된다.
어디까지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는 1991년에 발표된 시로 마사무네의 장편만화에서 기인한다. 오시이 마모루가 연출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세계관이 계속 확대되었다. <공각기동대>는 <블레이드 러너>(1982), <매트릭스> 시리즈와 함께 사이버펑크 SF 장르의 대표작이 되었다.
<공각기동대>는 인간의 몸을 기계로 대체하고, 전뇌 공간에 접속하여 정보를 얻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과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시기로, 주인공인 쿠사나기 대령은 뇌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계화되었다. 그는 ‘공각기동대’라는 별칭을 지닌 공안9과의 요원이다.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인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는 카미야마 켄지가 감독과 각본을 맡은 SAC 시리즈가 공개되어있다. <공각기동대 에스에이씨_2030>는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2002)와 <공각기동대 S.A.C.2nd GIG>(2004)이 각각 26편씩 구성되어 있다. <공각기동대 에스에이씨_2034>(2006)는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Solid State Society>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에 <공각기동대 sac_2045>(2020)가 발표되었다. 2045년의 세계는 미국, 중국, EU, 러시아가 주도하며, ‘지속 가능한 전쟁’의 시대를 이끌어 간다. 대규모 해킹으로 전 세계가 디폴트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물가가 폭등하고, 화폐가치는 추락한다. 산업전쟁이 치열해지고, 폭동과 내전도 활발해진다. 쿠사나기 대령의 공안9과가 투입되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시리즈에는 포스트 휴먼이 등장한다. 전뇌화 인간이 갑자기 발열, 이상 식욕, 인격 변화를 겪는다. 각성한 사람들은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되는데, 뛰어난 신체능력과 함께 연산능력, 인지 능력이 향상되었다. 이들은 각국의 금융기관을 해킹하여 동시 디폴트를 일으킨다. 공안9과에는 포스트 휴먼을 생포하는 임무가 부여된다.
<공각기동대>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 전뇌이다. 인간의 두뇌를 몸과 분리시켜 전자 장치화 하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는 한계가 있고, 노화가 되기에 함께 발전한 것이 의체화 기술이다. 전뇌와 의체의 문제는 결국 종교적, 철학적, 윤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어디까지가 인간이며,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에 이르게 된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