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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Jan 15. 2017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마약중독인 한 사람이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긴 여정

버스킹을 하는 청년과 길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개봉되었다고 하길래 보러 갔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자가 주인공이라니 <원스>(2006)처럼 OST가 감미로운 음악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반려동물인 고양이가 직접 본인 역을 맡아 주연급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버스킹과 고양이보다는 약물과 재활에 관한 내용이 보다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원작이 된 책을 찾아 읽었다. 영화와 완전히 겹치지는 않아서 비어있는 부분들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책에는 제임스의 성장과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나왔다. 주인공은 어릴 적 잦은 이사로 인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사귀지 못하고 괴롭힘을 받다가 결국을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본드, 대마초 등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헤로인, 코카인 등 점점 더 심한 마약에 빠져들게 되었다. 


출처 : 페티앙북스 <내 어깨 위 고양이, Bob>


마약중독자 주변 상황 이해하기 


호주에서 엄마와 살던 제임스는 영국의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 사이 아버지는 재혼을 했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새엄마와 그 자녀들은 제임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제임스는 집을 나와 홀로 살기로 한다. 하지만 곧 노숙자 신세에 처하게 된다. 그러자 일자리를 얻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기회를 얻을 기회조차 사라진 것이다. 


이후로 제임스는 술과 마약의 미로에 갇혀 버렸다. 곁에는 늘 유혹이 그득하다. 마약에 중독된 친구는 제임스를 찾아와 도움을 구한다. 집 주변에는 마약을 파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곁이라도 내어준다면 제임스는 마약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주인공은 꾸준한 치료로 금단현상을 이겨냈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책에는 금단현상을 벗어나려는 제임스의 고통과 노력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최종치료단계에서 처방된 약을 받고 48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보낸다. 영화 <트레인스포팅>(1996)에는 금단 증상을 재연한 장면이 있다. 이완 맥그리거는 헤로인을 끊기 위해 며칠 동안 음식과 물만 가지고 독방에 들어간다. 그 안에서 환각에 시달리며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 더러운 화장실 변기로 기어 들어가 수영을 하는 장면은 특히 유명하다. 


위기에 처한 제임스에게는 힘을 주는 이들이 곁에 있었다. 마음 착한 복지사의 도움으로 머물 집을 얻게 되었다. 가장 의지가 되는 인물들은 이웃이자 친구들이다. 이웃집의 베티는 오빠를 약물로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마약중독자에 대해 가장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또한 제임스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도 했다. 


출처 :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중독자에게 힘을 더해 주는 반려동물


길고양이 밥이 제임스의 집에 찾아온 이유는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거할 곳이 없었고, 먹을 것도 없어 고생한 바 있는 제임스는 고양이에게 시리얼과 우유를 나눠주었다. 다시 밖으로 내보내려 하고, 날이 밝으면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로 제임스와 밥은 함께 살게 되었다. 


반려동물을 키울만한 여건이 되지 못했지만 감당하기로 한다. 다친 상처를 치료해 주고, 비싼 약값도 부담했다. 중성화 수술도 해주었다. 자신에게 의존하는 대상이 생기자 책임감도 함께 생겼다. 배려심과 공감능력도 향상되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기로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 것이다.  


건강을 회복한 밥은 제임스와 함께 다니기를 원했다. 제임스와 밥은 어디를 가든지 함께 했다. 제임스가 거리에서 노래를 하고, 잡지를 팔 때에도 곁에 있었다. 밥이 함께 하자 사람들은 제임스의 노래에 더욱 호응하였다. 잡지를 팔 때도 판매에 도움이 되었다. 친구이자 좋은 동업자가 되어 준 것이다. 


목줄을 하고 다니던 어느 날, 제임스의 어깨 위에 밥이 올라가게 되었다. 이후 사람들의 눈에 더 잘 띄게 되었고, 모르는 사이 스페인에서는 유튜브 스타가 되었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책을 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책은 2012년과 2013년 연속 영국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국 도서관 협회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100대 문학작품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출처 :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사회적 약자를 돕는 손길 


책과 영화 속에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영국의 여러 단체들이 나온다. 그는 노숙자 보호 단체에 의해 구조되기도 하고, 마약중독 치료센터에서 치료 프로그램을 받기도 한다. 약국을 통해 매일같이 치료제를 받았다. 한 사람의 마약중독자가 다시 사회로 되돌아오기 위해 여러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약 재활 치료를 위해 복지사의 도움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재량권이 상당하다. 상담을 하고, 치료약을 받게 해 주었다. 임대주택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중독자들은 의지력이 약하고, 약속도 잘 지키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에 대하여 애정을 갖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지혜와 인내심 있는 이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하겠다. 


버스킹을 금지당한 이후 제임스는 빅이슈를 찾아간다. 홈리스와 취약한 주거환경을 지닌 이들이 거리에서 잡지를 파는 것으로 유명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에게도 원칙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는 침범하지 않고 지정된 자리에서만 파는 것. 하지만 고양이 밥이 인기를 독차지하자 판매원 사이에 알력과 다툼이 일어난다. 억울한 일을 겪지만, 엄격하게 원칙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빅이슈 판매마저도 중지당하고, 가지고 있는 돈은 차츰차츰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배가 고픈 제임스는 무료 급식소를 찾아가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한다. 영화 초반 굶주린 제임스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남이 먹던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이 떠올랐다. 배려심 있는 식사의 제공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자존감을 지키도록 도와줌을 알려 준다. 


출처 :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아직은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지만 


영화를 보다가 우리나라에도 마약과 관련된 비영리단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한국 마약퇴치 운동본부(http://www.drugfree.or.kr)라는 곳이 검색되었다. 1992년에 창립된 국내 유일의 민간단체로 마약류 및 약물 남용 예방 종합사업을 펼치고 있다. 홍보나 교육 활동뿐 아니라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사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간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되어서 일반인이 주변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해외여행 자유화, 인터넷과 국제 배송의 발전, 국내 거주 외국인 증가 등의 요인이 결합하면서 급속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부유층이나 연예인 등 일부 계층만 뉴스에 등장하더니 이제는 직장인, 주부, 학생 등 가리지 않는다. 중독자들은 병원을 돌며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마약성 진통제, 수면유도제 등을 과다처방받기도 한다. 


‘최순실 게이트’에는 대리처방 의혹이 있다. 최씨가 '최보정'이라는 가명으로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것이다. 오는 6월부터는 이러한 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갈 필요가 없게 된다. 새로 도입되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류의 제조, 수입, 유통, 사용 등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일련번호를 바탕으로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환자 조제·투약 현황까지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유엔이 정한 마약 청정국 기준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20명 미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2,000명을 넘으면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하게 되는데,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는 골든타임에 들어선 것인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마약퇴치를 위한 정책과 방향이 더욱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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