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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펭부인 Aug 09. 2023

우리들의 블루스

주 6일, 동네내과로 출근합니다.

 요즘 들어 코로나가 다시금 기승이다. 평소 50-70대 어르신들께서 주로 발걸음을 하는 우리 내과의원에 어리게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들까지 기침 및 발열 등 가지고 있는 증상을 토대로 코로나검사를 권유받고 코로나 확진일 시, 양성확인서 서류까지 발급받아 가는 경우가 몇 달 전보다 많이 늘었다.




 2일 전 방문한 여고생과 남학생 역시 마스크를 푹 끼고 들어오는 모습에 코로나인가 생각을 했지만, 아쉽게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사후피임약 처방받을 수 있나요?"라는 소녀의 물음에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단정한 머리에 깔끔한 교복차림새, 평범한 여고생 소녀에 입에서 나온 의외의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었을까, 당황하지 않은 척 덤덤한 듯 태연한 목소리로 진료접수를 도와주고 진료실로 안내를 해주었다.  



 원장님께서는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 동반 없이 사후피임약 처방은 어렵다며 설명했고 차후 보호자와 함께 재방문할 것을 설명했다. 사후피임약의 경우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하는데 그 아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설령 다른 경로로 사후피임약을 구했을 때 피임약 복용으로 인한 프로게스테론 수치 증가로 오심, 구토, 부정출혈 등 동반할 수 있는 부작용을 겪으며 힘들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작년 이맘때쯤 남편과 함께 즐겨본 드라마가 있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신민아와 내가 좋아하는 김우빈 배우가 나오는 '우리들의 블루스'인데 여러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였다. 그중 전교 1, 2등 고교생의 임신을 다룬 내용도 있었는데,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에 청소년임신을 10대의 낭만과 로맨스로 미화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율로 이리저리 매스컴에서는 출산을 격려하지만 정작 청소년임신 및 출산은 달가워하지 않는 현실에 아이러니하다. 한편으론 사회에서 그만큼 신중하게 청소년 성문제를 건강하게 잘 다뤄줘야 하는 게 어른으로써 책임감이라 생각도 든다.    



 의료인이기 앞서 나 역시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에 그 여고생이 그저 오늘 지나쳐간 많은 환자 중 하나가 아닌, 나의 하루 마음 쓰이는 한 페이지로 남아있다.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 아이의 등을 세게 치며 "다신 그러지 마" 혼내는 게 옳은 걸까. 힘들게 병원까지 발걸음 한 아이의 어깨를 그저 묵묵히 토닥여주는 게 옳은 걸까.  그 여고생의 몸에 부디 새 생명이 깃들지 않게 하길 바라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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