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또는 어떠한 공간 더 나아가 여행지에서도 예술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는 ‘그냥 잠만 자는데 뭐.’주의였다. 여행취향이 관광위주이므로 위생과 안전만 보장된다면 어떤 숙소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내가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장소의 힘을 발견하게 되면서 ‘여행인데, 이왕이면!’주의로 바뀌었다. 변화하기 전에는 자연, 관광지, 사람, 음식에서 낭만을 느꼈다면, 변화 후에는 머무는 곳에서도 낭만을 발견한다. 머무는 곳의 낭만은 대화와 수면 등의 일상적인 행위들을 특별한 행위로 탈바꿈시켰다. 머무는 곳에서의 낭만을 즐기는 경험이 하나, 둘 쌓이다보니 주인의 감각과 정성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속초의 어느 호텔에서 새로운 낭만을 발견했다. 예술적 낭만이었다. 바다 근처에 위치한 신축호텔에 기대했던 점은 창을 가득 채운 바다와 세련된 감각, 청결함이 다였다. 그저 흔한 신축 호텔이었기에 예술적 낭만은 생각도 못했다. 호텔 외경, 내부, 복도, 객실 문, 중정의 모양, 소품 등 시선이 닿는 곳마다 작품으로 보였다. 특히 객실 층의 복도는 비현실적으로 그림 같아서 그곳에 있는 사람까지 그림처럼 보였다. 호텔의 구석구석을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관람’했다. 문화예술을 접할 때처럼 뇌가 건강한 자극을 받고, 가슴이 간질거리고,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예술적 낭만과 여행지의 낭만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 들어와 있으니 찬란히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내게 찬란히 살아있는 느낌은 하루 더, 살고 싶게 해주었다.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상기시켰다. 깨달았지만, 망각했던 점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예술은 전시회나 공연뿐만 아니라 stay에서도 만날 수 있다. 폭넓게는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여행지가 아니라도 평소 자주 가는 카페, 식당, 어느 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사실 이 글은 야놀자 여행에세이 공모전에 냈던 작품으로 그대로 옮겼다.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아 지금도 많이 아쉽지만, 대신 이렇게 나만의 공간인 브런치에 남길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