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구현 테스트 중 가장 어렵다는 테스트
모든 서비스기획 혹은 플랫폼기획의 일상이 이러한 지는 모르겠다. 짧게 일한 것은 아니나 내가 속해본 조직들의 숫자는 제한적이고 지금 이곳이 그렇다 하여 다른 곳도 그러한 지는 확답을 할 수 없으니,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만 공감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기획서를 쓰는 기간에는 그래도 꽤 분주하다. 기존에 이미 만들어져있는 플랫폼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변경을 할 때, 다양한 방면으로 살펴보고 이걸 우겨넣었을 때 어그러지는 곳 없이 스무스하게 들어갈 수 있을 지를 두드려봐야한다. 그래도 지금 내가 속한 곳은 현재 구현되어있는 스펙, 정책 등에 대한 내용 정리가 잘 되어있는 편이라 도서관에서 참고도서 뒤지듯이 뒤지면 꽤 잘 나오는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이 완전히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쓰여있는 것과 구현된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이를 개발 담당자들에게 물어물어 확인하고, 이 방향으로 변경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정리하고 몇 번의 리뷰를 거치고 나면 기획서 작성은 대략 일단락이 된다.
(* 엄밀히 말해 내가 하는 거 아님)
이걸 기준으로 개발자들이 만들어가는 시기는 간단한 질의응답을 거치는 수준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다. 연관된 다른 팀이 있다면 함께 논의하고 조율해가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뭐 그리 대단하게 큰 일이 아니다. 아마 그 시기에는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만, 뒤에 나올 단계에 비하면 도란도란 모여서 이야기하는 정도 수준이다.
(*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어)
테스트 단계에 들어가면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들이 마구 쏟아져나온다. 처음의 기획서 작성단계에서 생각 가능한 범위는 사실 구현 시점에 꽤 많이 고려하고 진행이 되었지만. 다양한 테스트케이스에 따라서 요리조리 검증해보다보면 별별 상황들이 모두 나온다. 이 시기에는 앞에 있던 기획서 작성 단계보다 빠르고 짧게 판단해야 한다. 빠르지 않으면 고칠 시간이 없고, 고치지 않으면 후속 테스트가 불가능하다보니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건지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지) 최대한 빨리 생각해내서 전달하는 게 관건인 시기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데, 이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아마 누구도 원치 않을 것 같다. 이 시기에는 그냥 취미생활도 약속도 포기하고 일에만 잠시 매달려있게 된다.
힘든데 좋은 점도 있어
아주 솔직히 말하면 단기간 (약 일주일 내외) 동안 문제상황을 잡고 집요하게 보는 것은 좋다. 평상시보다 압박을 꽤 받으면서 일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상황에 던져지고 해결하면서 조금씩 더 판단력이 나아지는 게 느껴져서 좋아하는 편이다. 즐기지 못했으면 금방 그만두었겠지. 긴밀하게 이야기하다보면 같이 일하는 이들과 공동체의식이 생기기도 하고 스스로는 이 시기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런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다만 팔목이 조금 시큰하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데도 알지 못하고 근태관리에 열을 올리는 양태가 조금 씁쓸하다. 바쁜 개미들은 얼마나 자신들이 바쁜 지 입증하거나 홍보할 시간이 없어서 알리지 못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