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낼 필요가 없었다.

by elsewhere

오늘의 추천 노래: CAKE - ITZY(있지)


새벽 3시에 잠에서 깨 새벽 6시를 향해 가는 지금까지 나는 잠에 들지 못했다. 책을 두 권째 읽고 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책이 더 재밌기만 하다. 새벽이 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난다. 나는 최근에 있었던 면접 스토리를 써볼까 한다.


나는 면접 자리에서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영어를 못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특히나 발음이 원어민 같지 않았다는데 나는 인생의 1/3을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왔다. 내 가장 큰 자부심이었던 억양과 발음은 이 면접에서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발음에 지적을 받는 순간 분노가 차올랐다. 이 사람이 뭔데 내 발음을 지적해? 30초 자기소개로 내 발음을 다 파악할 수 있다고? 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실 화날 일도 아니었다.


면접관과 나의 기준점이 달랐을 수도 있고 면접에서 긴장한 탓에 내 발음이 꼬였을 수도 있다. 나를 화나게 한건 면접관의 태도였을지 몰라도 내 안에 분노라는 감정을 만든 건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나는 그 사람이랑 다시는 볼 일 없는, 내 세상에서의 지나가는 행인 1 정도 될 것이었다. 분노할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는 게 더 나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때 차올랐던 감정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면접엔 떨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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