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 노래: ICONIK -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고기 무한리필 식당에 갔다. 친구가 많지 않아 여가시간을 가족들과 보낼 때가 많다. 무한리필 식당은 아주 가끔 가는데 오늘 날씨도 좋아 모처럼 식당을 찾았다.
나는 고기를 구워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삶아 먹거나 데쳐먹는 것도 싫어한다. 삼겹살구이, 스테이크, 삼계탕, 샤부샤부 등은 내가 싫어하는 요리다. 이런 고기를 먹으면 박스 종이 씹는 맛이 난다. 맛이 나지 않는 껌을 씹는 느낌도 받는다. 대신 가공육이나 튀긴 고기는 먹는다. 후라이드 치킨, 소시지, 너겟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치킨류도 사실상 튀김맛으로 먹는 거라 범주에 넣기가 애매하긴 하다.
이런 내가 오늘 고기 무한리필 집에서 먹은 건 주로 반찬들이었다. 물론 예의상 고기 한두 점은 먹지만 오늘 간 곳은 떡볶이나 고구마튀김 등 맛있는 반찬들이 있어 즐기기 좋았다. 나는 양념이 밴 고기도 먹긴 한다. 나에게 양념이 밴 고기는 양념이 된 박스 종이를 먹는 기분이다. 그래도 양념맛이 있으니 주는 대로 먹는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고기를 구워 먹을 일이 굉장히 많다. "다들 오늘 저녁에 삼겹살 좋지?"라며 회식 분위기를 띄울 때가 많은데 나는 그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 "저 벌써 배고파요!"라고 맞받아친 적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내 주변사람들조차 내가 고기를 구워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예전에 지인이 답례로 밥을 사주겠다 해서 나갔는데 고급 고기구이집에 데려가서 참으로 난감했다. 그 지인의 마음씀씀이는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싫어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신이 나에게 벌을 준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더 많다. 남들이 싫어하는 걸 좋아하는 경우도 많은데 채소류는 다 좋아하고 버섯엔 환장한다. 홍삼, 인삼류는 정말 없어서 못 먹고 연근, 고수도 좋아한다. 좋아하는걸 마구 나열하다 보면 싫어하는 걸 상쇄시킬 수 있다. 세상엔 먹을 것이 많고 내가 싫어하는 건 극히 일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나는 구운 고기를 싫어하지만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띄울 겸 고기 한두 점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고기가 싫으면 다른 백만 가지의 옵션을 내세울 수 있다. 싫어하는 걸 싫다고 말하지 않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면 되는 것이다.
오늘 먹은 고기는 양념이 밴 고기를 포함해 전부 다 별로였다. 그러나 반찬만은 최고였다. 반찬 맛집이라도 해도 좋을 것 같다. 싫어해도 좋은 면을 찾을 수 있고 그렇게 해야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