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엉뚱한 상품을 보내고 말았네

어떤 오배송에 관한 추억

by 엘슈가

9년째 온라인에 작은 상점을 운영해오면서 많다면 많은 고객을 만나왔다. 만났다기보다는 '접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만났다는 말에는 '대면'의 뉘앙스가 들어가 있으니까. 랜선 친구, 랜선 이웃, 랜선 이모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랜선을 타고 물건을 사고 만나고 인연이 되고 또 멀어지는 그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내 경우는 온라인 쇼핑몰을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블로그로 사람들을 먼저 만났다. 초반에는 블로그 이웃들에게 내 온라인 쇼핑몰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로 이어지는 비중이 꽤 높았다. 이것은 나를 어느 정도는 아는 사람들이 내 상품을 구매했다는 말로 바꿔 말해도 무방하다. 나를 안다는 것은 블로그를 통해서 평소 내 취향과 주관을 알고 있다고 유추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한번 구매해본 사람들은 재구매로 이어졌다. 신상품이 업데이트되면 기본 판매 수량을 짐작할 수 있기도 했다. 한마디로 '믿고 사는 쇼핑몰'이 되었던 것이다. 초반 작은 온라인 쇼핑몰의 서비스가 프로페셔널하면 얼마나 프로페셔널했겠나, 운영에 실수가 있었어도 사람들은 너그럽게 생각해주었다. 물건을 사러 들어와서 사면 빠져나가 버리는 여타의 온라인 쇼핑몰과는 확실히 차이점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반품률이 낮았다. 처음에 뭘 잘 모를 때는 다른 쇼핑몰의 경우도 비슷한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정도면 할만하네' 하는 소리도 배어져 나왔었다. 그런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동종업계 한 네트워킹 모임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은 '잘되지만, 반품 때문에 쇼핑몰 못하겠다'가 속내인 운영자도 종종 있었다.


반품이 왜 무서운 것인지, 온라인 쇼핑몰 노하우 전문 서적에서 다루는 것을 봤는데 첫째는 '수익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심리적 어려움'을 가져온다는 것. 이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나게 판매를 해도 이유를 잘 모르겠는 애매한 반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데 콧노래를 부르며 쇼핑몰을 운영하기는 어려운 일 일터였다.


그러면에서 내 작은 온라인 상점 고객들은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출력한 주문서를 훑어보니 성함과 주소가 매칭이 되는 고객이 보였다. 메시지를 남겼는데, 친구의 생일이 *날이니 꼭 그날 전까지 배송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날까지는 기간도 빠듯하지 않아 나는 익숙하게 처리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은 참 재미있다. 잘 처리한다고 한 주문에 오히려 실수가 있다. 무심히 처리한 일들은 되레 별 탈이 없었다. 그런데 실수도 큰 실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실수. 날짜는 맞게 출발했는데 주문 상품이 아닌 엉뚱한 상품을 발송한 것이다!


주문한 고객은 받은 분께 택배를 잘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엉뚱한 상품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사이트 문의 게시판에 남겨진 글에서 화를 억누르는 심정이 느껴졌다.


그때 나는 어떻게 대응했었나? 당시 나는 쇼핑몰 4년 차였다. 컴플레인이나 배송 지연 배송 사고가 있을 때 해결하는 나만의 매뉴얼이 어느 정도 마련되고 있었다. 우선, 집중을 하고 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물건은 잘못 갔다. 고객이 받고자 하는 날짜도 지났다. 판매자는 어떻게 처리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까? 고객은 어떤 응대를 받았을 때 가장 만족스러울까... 다시 생각해보니 만족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기분이 빨리 풀릴까 가 적당하겠다.


우선 고객의 연락처로 이런 문자를 보낸다.

안녕하세요, 엘 슈가 샵에 엘슈가입니다. 제가 오늘 오후에 010-xxxx-xxxx 번호로 고객님께 직접 연락을 드려 배송 건에 대해 해결해드리고자 합니다. 통화 가능한 시간대를 1~2개 남겨주시면 그때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 배송에 대해 죄송한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가급적 빠르게 해결해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연락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연락만 하면 안 된다. 2개 정도의 대안을 준비한다. 첫 번째 대안은 고객에게 조금 더 유리한 대안, 두 번째는 판매자에게 조금 더 유리한 대안을. 보통은 첫 번째 대안으로 정해지지만, 2번이 될 때도 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 포인트가 한 가지 더 있다. 문제 해결도 문제 해결이지만, 가급적 불편한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풀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해결보다 우선이고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의 방식을 덧붙이자면, 그렇게 고객과 통화를 마치고 실제 액션을 할 때는 무조건 플러스알파를 더 제공한다. 왜? 이 문제의 출발은 '내가 잘못한 것'에 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배송이 잘되었더라면 고객은 따로 시간을 내서 운영자와 따로 통화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약속에 없던 작은 선물이나 커피 기프티콘 또는 할인쿠폰 등을 추가로 제공해드린다. 이 방법은 꽤 효과가 좋았다. 등을 돌렸던 고객도 마음이 누그러져 다시 구매를 하고 단골로 오래도록 남게 되었으니까. 이 고객도 제대로된 선물은 늦게 전달하게 되었지만 운영자의 일 처리 방식이 마음에 들고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오래오래 엘슈가샵의 단골로 남아 주었다. 이 방법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어느덧 나만의 비법으로 남게 되었다.



9년여 연간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많다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우스개 소리로 한창 블로그 공구로 바빴을 때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만 보아도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겠는 시절도 있었다. 그중 잊지 못할 고객을 한 명만 꼽으라면 나는 이 분을, 그 날의 사건을 꼽겠다.


몇 년 전 가을이었을 것이다. 오랜 블로그 이웃이자 내 작은 상점의 단골 고객이 있었다. 말도 차분하게 예쁘게 하시는 편으로 기억한다.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직장에 다니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물 한잔을 마시고 이어가도록 하겠다. 나의 작은 온라인 상점의 잊지 못할 고객 이야기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