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콘텐츠로 살아남으려면 이것만큼은

잠깐씩 멈추는 것은 괜찮아

by 엘슈가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AE 경력을 빼놓고도 올해로 콘텐츠 생산자 9년 차가 되어갑니다. 길다면 길지만 어른들 말씀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 시간이기도 하지요.


돌이켜보면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하며 일을 하며 엄마인 나도, 아내인 나도, 키우고자 노력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8~9년 동안 제가 잘했던 것들도, 놓쳤던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제일 잘했던 한 가지와 놓쳤던 것 중 제일 아쉬운 것 한 가지를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확신을 가지고 지속하셨으면 좋겠고 제가 놓쳤던 부분은 여러분은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




콘생 9년 차,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 일


2013년.

무엇이 되었든 나의 일을 해보겠다, 마음먹고 퇴사하고 무작정 블로그를 시작하고 2~3년간은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신이 나서 사진을 찍고 포스팅했었던 날들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제 일을 하고 일상을 글로 올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응원해주고 지속적으로 제 콘텐츠를 찾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따금씩 한 번씩 찾아오는 것들이 있죠. 블태기라고들 하는 그냥 다 귀찮고 하기 싫은 상태 번아웃, 매너리즘의 어디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렇게 기록하다 보면, 나중에 꺼내 볼일이 있을 거야. 그때 이 글들이 얼마나 추억이 되어 있을까 그런데, 사람들도 이렇게 좋아해 주고 나를 믿고 내가 큐레이션 한 제품까지 구매를 해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그렇게 다독이며, 정말 하기 싫을 땐 좀 쉬기도 하면서 이어왔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그저 소소한 일상일지라도, 너무 작은 꿀팁일지라도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갔을 때는 [의미]가 커졌어요. 그렇게 저는 [기록]으로 [연결]을 이어왔어요.


그동안 함께 활동했던 많은 분들 중 블로그 세계에서 이젠 볼 수 없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그러니까, 단시간에 큰 별이 되는 길보다 사라지지 않는 길을 택했던 것 같아요. 오래 살아남아 누군가의 길을 오래도록 비추는 별이요.


중간중간 멈추기도 했지만 그만두지 않았던 것. 제가 9년 차 콘텐츠 생산자로 살며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 일 중 하나예요.


그 중간중간에 좋은 인연도 좋은 기회도 찾아왔어요. 이건, 다음에 이어서 나눠 볼게요 :)





콘생 9년 차, 놓친 것 중 가장 아쉬운 일



"엘슈가님도 책 한번 꼭 내세요"

"엘슈가님 책 기다릴게요"


제가 운영하는 sns의 댓글이나 실제로 모임에서 만난 분들께서 많이 들어온 이야기예요.


책을 내신 분들의 경우, 내가 책을 내보니 많은 걸 얻을 수 있더라 라는 의미이거나 그저 저의 글을, 피드를, 좋아해 주시는 마음에 해주시는 말씀이라 생각하고 기분이 좋았지만...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책을 써야겠다, 쓰고 싶다 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 마음이 드는 걸 애써 부정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거예요.


책을 쓴다는 것은, 정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머리를 비운 상태에서 나와 마주한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러기엔 콘텐츠 제작에 쇼핑몰 운영에 마케팅에 배송에 육아에 살림에 저의 매일매일이 부산했어요. 매일 그것보다 처리해야 할 급한 일들이 많았어요.


육아와 살림을 하며 쇼핑몰 운영자로 돈을 번다는 건 그런 것이었어요. 저에게 일이란 나를 찾는, 자아실현의 과정이 아닌, 매일이 실전이고 생계였어요.


금수저도 흙수저도 어떤 수저도 물고 태어나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 '서울살이'란 그런 것이었어요. 그 누구도 경제적으로 우리 가족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매일매일 들었어요.


유년시절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그렇기에 국어국문학에 입학하고 글쓰기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도 카피라이터, 광고기획, 마케터, 블로거, 인스타 그래머로, 늘 무엇을 써왔기 때문에 글을 쓰지 않는 삶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음에도, 그 글과 이 글은 분명 달랐어요.


그때그때 발행 가능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반응에 반응해야 하는 즉각 발행한 글과 충분히 사유하고 가다듬은 다음에 세상에 내놓는 호흡이 긴 글은 분명 다르다는 점을 저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깊게 들어왔잖아요. 아무래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저를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어요.


"그 글과 이 글은 다르구나..."


작성해서 온라인 플랫폼에 즉각 발행하는 글은 그 글대로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할 포인트, 사람들의 반응을 예측하고 쓰게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즉각적으로 발행하지 않고 가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글, 이를테면 워드에 써 내려간, 호흡이 긴 글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오롯이 내 주관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한마디로 뚝심이요.


쓰면서 내 생각이 어디 가지 않게 붙들어 놓고, 믿는 것들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고, 상처로부터 치유받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서 해방되는 쓰기만의 기쁨이 있었을 텐데 지난 몇 년간 저는 시작하지 못했어요.


‘나에겐 늘 더 해야할 일이 있어서...’

‘처리해야할 더 급한 일이 있어서....’


사실 마음만 부산했던 것이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는 열심이고 충만했지만 저를 돌아보고 정리할만한 시간은 갖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지금 하는 일로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은지에 대한 글이요.


플랫폼에서 사람들과 그때그때 나누는 이야기도 정말 소중하지만 한 번쯤, 나를 정리하는 글쓰기가 필요해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뚝심 있게 써 내려가는 시간이요.





그래서 저는 올해부터 호흡이 긴 글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즉시 발행하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을요. 진작 필요했던 그 과정을요. 누구의 구미에 맞추지 않고 제가 하려는 이야기를 이어가는 일을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즉각 발행하는 sns 글쓰기도 중요하고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즉각 발행하지 않는, 나를 돌아보는, 정리하는 글쓰기도 꼭 필요하다는 거예요.


광고대행사 경력을 포함해 콘텐츠 업계에 15여 년 정도 있었어요. 지켜봐오다 보니 지금만큼 [글쓰기]라는 일이 힘을 가지게 되었던 때가 있었나 싶어요,


모든 콘텐츠의 시작은 [글쓰기]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스로 [글]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콘텐츠 생산자로서 크리에이터로서 [롱런]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예요.



결론을 말씀드릴게요, 이제부터 두 가지 타입의 글을 쓰세요.


∨타인과 즉각적으로 소통 가능한, 바로 발행 글쓰기

∨오롯이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추후 발행하는 글쓰기

(후자는 점점 더 힘이 세질 거예요. 여러분의 또 하나의 무기가 될 거예요 반드시)


오늘 이 이야기는 제가 아는 걸 여러분도 아셨으면 하는 마음과 저는 놓쳤지만 여러분들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콘텐츠 크리에이터, 콘텐츠 생산자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길고 지루한 여정입니다.(물론 단번에 스타가 된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소수의 분들입니다)


길고 막막할 수 있는 길에 제가 한걸음 먼저 가본 사람으로 길잡이가 되어 드릴게요. 밤길 심심하지 않도록, 웅덩이에 빠지지 않으시도록요!


10년을 앞두고 있는 콘텐츠 생산자로 살며 그동안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밀에 대해 하나씩 풀어 볼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엘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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