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덕후의 생존 신고
똑똑~ 엘작가의 브런치 독자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작년 약 3개월 동안 브런치에 푹 빠져 많은 좋은 글들을 만났고 하루 걸러 한 개씩 글을 발행하는 브런치 덕질을 하고는 뜸했다가 두 달여 만에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앞으로 엘작가의 브런치를 이어가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브런치 덕질 3개월
내가 알게 된 것들
브런치를 개설한 것은 작년 여름. 브런치에 1주에 한편씩 글을 올리리라 다짐했다. 다짐은 다짐일 뿐,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발행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편씩 글 발행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 여러 가지 이유로 브런치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밤마다 눈이 퀭해지도록 브런치의 바다를 항해하는 브런치 덕질이 시작되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무렵 일상을 덮친 코로나였다. 사교적인 시간 보다도 조용히 나를 가다듬고 내 안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었다.
브런치 특유의 특징인 심플한 UI로 글을 쓸 맛이 난다는 점과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층이라는 점도 글 쓸 동인이 되어 주었다. 또 '크리스마스에 당신의 책이 만들어집니다'라는 슬로건의 '브런치북 프로젝트' 공모전도 한편으로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10월, 11월, 12월 약 3개월간, 하루 중 일정 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발행하는 일이 이어졌다. 한 명 두 명 구독자 분들이 늘어났고, 알림이 오는 재미가 있었다. 몇몇 글은 브런치 메인이나 다음(Daum) 메인에 올라 10만 명, 15만 명 이상 본 글도 나왔다. 라이킷이 100개가 넘는 글이 나오기도 했다.
훈훈한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내 글에 악플이 달리는 경험도 했다. 한 지인은 그 글이 생각해볼 만한 문제작이어서 그렇다, 그런 글이 좋은 글이다라고 위로해 주었지만, 당시에는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었다. 지나고 나면 다 좋은 경험이었고 배울 것이 있었다.
쓴 글들을 엮어서 브런치북도 발간을 했는데, 이왕 쓰는 것 공모전에 응모하기로 마음먹었고 일정 상 마감 일주일 동안은 매일 한편씩 글을 써야 했다. 장르는 에세이. 지나온 기쁜 시간들도 썼고 슬픈 시간들도 썼다. 경험들을 되짚어가며 쓰다 보니 행복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고달프기도 했다. 그 해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에피소드를 쓸 때는 눈물이 꾸역꾸역 나오더니 급기야 카페 구석에서 혼자 마스크를 쓴 채 펑펑 울기도 했었다...(카페 사장님이 보셨겠지만 모른 척해주셨다)
그렇게 쓰고 한동안 브런치에 아무 글도 쓸 수가 없었다. 매일 썼던 그 시간이 꿈같기도 했다. 그렇게 딱 두 달을 쉬었다. 글을 쓰는 동안 다른 분의 브런치도 구독하며 즐겨 읽었는데, 그것을 다 중단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브런치를 중단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고백하건대, 그랬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50여 편 발행하면, 뭔가 달라져 있을 줄 알았다. 첫 시도였기 때문이었다. 또 그 전에는 그렇게까지 진득하게 연재해보지 않았으니까... 브런치를 시작한 새내기 작가라면 어느 정도는 들었을 그런 마음으로 내심 무언가를 기대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던가? 종이책을 낸 작가들도 말하지 않나, 책을 내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달라질 것 없더라고. 일말의 기대는 기대일 뿐 달리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아예 없지도 않았다. 내 마음이 달라졌다.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마음 말고, 오래도록 따뜻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겼다.
세상에 나를 표현할 화려하고 다양한 도구들 중 '글쓰기'라는 도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뚝심이 생겼달까. 지속적으로 쓰는 삶은 이러하겠구나 하는 감이 생긴 것 같기도 했다. 3개월간 지독하게 사랑하고 나가떨어졌다가 다시 시작하는 브런치 덕질. 이제 시즌1이 끝났을 뿐이다.
브런치 덕질 시즌2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무엇을 메타포로 쓸 것인가-
즐겁게 지속적으로 쓰는 방법은-
시즌2에서는 더욱 단단하게 나만의 언어를 벼리며 쓰기로 결심한다. 단, 열정으로 들끓다가 나가떨어지지 않게, 천천히 가기를 결심한다. 100도씨 말고 70도씨 정도의 따뜻함을 가지고.
세상에 짠- 한방에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말자. 그저 차곡차곡 내 이야기를 쌓기로 하자. 잃어버렸던 초심을 다시 꺼내본다. 뜨겁지는 않지만 따뜻함이 오래 유지되는 가슴 한쪽에서-
한통의 메일
며칠 전 '브런치 작가님께'로 시작하는 메일 한통을 받았습니다. 이 기회가 어떤 기회인지, 큰 기회인지 작은 기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기회를 제가 잘 살릴 수 있을 것인지도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껏 써온 글들이 그저 허공에 없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작은 점일지라도 나를 대신해 온라인이라는 망망대해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그 점을 인지하며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머금고 지속적으로 쓰는 삶을 선택할 것이라는 것. 중간중간 찾아오는 기쁨도 슬픔도 맞이하면서 그렇게...
* 저의 글은 에세이에서 출발하지만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글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한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면 나만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요. 일상에서 끌어올린 인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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