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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슈가 Dec 13. 2020

[브런치 라디오]그들의 비밀을 아직 모르는 당신에게

엘작가가 소개하는 브런치북 『식물킬러를 위한 아주 쉬운 식물책』

"안 되겠다, 오늘부터라도 키워야지”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거나, 어느 날 문득 집이 삭막해 보일 때 우리가 종종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식물을 키우기로 결심하는 것. 그렇게 식물을 들이고 한동안 애정을 쏟다가도 식물이 죽는 일을 몇 번 겪으면 더 이상 식물을 키우지 않게 된다. 그러다가도 어디에서인가 초록잎을 보면 또다시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브런치북 『식물 킬러를 위한 아주 쉬운 식물 책』은 그때 읽게 된 브런치북이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들어있는 이 브런치북을 완독하고 나면 '식알못' '식물킬러'인 나도 식물을 곧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 나는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비단 '식물을 키우는 방법'에 관한 안내서 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내 식물에게 물 주기란 빨래 마르기와 닮았다

작가는 눅눅하게 마른빨래를 좋아하는 사람 없듯이, 식물의 뿌리도 계속 눅눅한 상태는 싫어한다고 그래서 물 주기는 빨래 마르기와 닮았다고 말한다. 물을 주고 끝이 아니라 흙이 보송하게 마르게 하는 것 까지가 물 주기의 마무리라고 비유를 들어 쉽게 알려준다.


민들레는 자기 삶을 살고, 나는 내 삶을 산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해서 스스로 어딘가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면, 민들레처럼 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제멋대로 사는 그런 삶. 민들레뿐 아니라 모든 식물들의 일생을 보면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 뿌리가 나고 잎이 있어 자라지만 아무도 어떻게 그러는 건지, 왜 그러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씨앗과 같다. 언젠가는 죽고, 설령 어떤 봄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해도 꽃은 꽃이다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걸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06화, 식물들은 자기 삶을 살고 나는 내 삶을 산다)


작가는 식물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도 이야기한다. 뿌리가 나고 잎이 있어 자라지만, 아무도 왜 그렇게 사는지는 잘 모르는, 삶이란 그렇게 오묘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어떤 봄에는 꽃을 피우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꽃이 꽃이 아니지 않듯 우리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몇 년 전이었다. 내가 퇴사를 하고 1인 기업의 길을 택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더 이상 나를 대신해 잡다한 일을 처리해주는 부서는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일부터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일까지 직접 혼자 해야 했다. 강의, 프로젝트, 소모임의 홍보 및 운영 등 새로운 분야를 내 전문 분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들에게 보이는 시간 외에 ‘보이지 않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지루한 시간을 견디며 준비한들 누가 알아줄까?' 생각이 들 때 아래 구절을 읽게 되었다.


식물은 알고 있는 느린 시간의 비밀
식물은 알고 있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느리고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중요한 건 느린 시간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중략) 식물을 아주 잘 키우고 황금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배운 것이고, 멋져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해낸 것일 것이다. (08화, 식물은 알고 있는, 느린 시간의 비밀)


작가는 ‘느린 시간을 충분히 단단하게 보낸 식물은 성장할 때 더 튼튼하게 크게 자란다’며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더딘 것 같고 성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어느 하나 쓸데없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마치 조급해진 나를 토닥여주는 듯했다.


『식물킬러를 위한 아주 쉬운 식물책』의 최종화까지 다 읽었을 때 나에게도 입이 무거운 멋진 인생 선배가 생긴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비밀을 알고 나니 이제 진정으로 그들과 조화롭게 지낼 방법을 알게 된 것도 같다. 더불어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느려도 단단하게 '나로 사는 방법'까지도. 지금 불안하거나 조급한 마음이 드는 당신에게 이 브런치북을 펼쳐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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