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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김에 Jul 08. 2021

연애를 모르는 사람의 연애

쉬운 연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 나는 연애를 쉽게 생각했다.



 아니, 연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더 편하겠다. '나 저 사람 괜찮은데? 저 사람 좋아.'라고 생각하면 일단 고백부터 했다. '난 너 좋은데?' 그러면 얼마 후 답이 돌아왔다. 사귀자고. 나는 그런 답변이 돌아올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왜냐면, 나는 그런 답변이 돌아올 확률이 높은 사람에게만 고백했으니까.
사귀기로 한 뒤 며칠은 좋았다. 하지만 친구와 있는 시간이 많았던 학창 시절엔 남자 친구가 연락이 오면 피했다. 만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고, 금방 질려버렸다. 쉽게 말해서 나에게 넘어오면 나는 그 사람이 싫어지는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내 말을 공감하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당신이 뭐가 잘났다고, '
"전 잘난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성격이 그때는 그랬습니다." 하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때의 나는 그랬으니까.
한 사람에게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그전까지는 계속 그런 패턴이었다. 물론 그 뒤로 사람을 만나면서 기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만나는 동안에도 이런저런 단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면 헤어졌다. 보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연애를 하며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반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아마 생각나는 사람보다 생각하기 싫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연애를 모르는 나의 연애는 몇 번 없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했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을 만났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만났고, 나와 나이가 같은 사람도 만났다.  
생각하기 싫은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 왜냐고 묻는다면, 일단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였거나, 별로인 사람이었거나, 호기심으로 만나 사람이었거나, 그냥 싫었거나. 넷 중에 하나는 해당사항이 된다. 그게 모두 해당사항에 들어간다면 진짜 별로였던 사람일 것이다.

요즘은 연애도 쉽게 하면 안 되는  세상이다. 만약 지금 내가 연애를 한다면 쉽게는 하지 않겠지? 아니 못하는 게 맞다. 쉽게 헤어질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할 테니까.
어쨌든 나는 나의 환경에 맞추어 쉽게 연애를 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해두자. 연애란 그렇다.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 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결론은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을 걸러냈다는 정도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확 불타올랐다가 금방 꺼져버리는 연애. 난 그렇게 쉬운 연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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