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끝자락에서 2021년 시작점을 바라보며
작년 12월 31일에는 무엇을 했나 사진첩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카스 플레이그라운드 페스티벌에서 카운트다운을 했다. 모두가 카운트가 나오는 전광판을 보며 저마다의 부품과 설렘을 안고 2020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19년과 같이 20년에도 아무 사건,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하자라는 소소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 목표는 1달 만에 코로나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 이제는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쳐다보는 시선은 따가워졌고,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것도 힘들어졌으며, 세계의 여러 나라 중 새벽까지도 가장 건물의 불빛이 환한 우리나라에서조차 하나 둘 불이 꺼지고, 폐업을 하는 곳들이 많아졌다. 삶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변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단순히 우울한 것만을 느낀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급격히 안 좋은 상황들을 핑계 삼으며 2020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반오십이라는 나이가 나에게는 이제 어리지 않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그렇게 2020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고, 바빴던 한 해였다. 그래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첫 회고를 써보고자 한다.
2020년 나의 새로운 목표 중 하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는 것이었다. 그 첫 시작은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교 창업지원단장님 조교를 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교수님은 수업하는 시간 아니면 항상 같이 연구실에서 단둘이 남아 여러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이번에는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으로 진행되어 거의 하루 종일 같이 계셨다..ㅎ) 창업을 주 내용으로 수업을 하시는 교수님이셔서 항상 이야기는 창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고,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래서 자연스레 창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심이 생기니 자연스레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무작정 만나뵙고 싶었고,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대표님들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나, 기업 홈페이지에 정중하게 만나 뵙고 싶다는 메일을 쓰기도 하였다. 그래서 여러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 뵙고 스타트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넓혔던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비즈니스적인 관점을 글로 쓰는 작가님에게 만나뵙자는 요청을 드렸고 그 계기로 현재까지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원래 나는 누구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요구를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2020년에는 그 틀을 깨고 싶었고, 그로 인해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말, 좋은 생각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대학교 수업을 들을 때마다 '그래서 저 이론은 어떻게 쓰이는건데?' 라는 질문을 자주 나에게 되묻곤 하였다. 공부를 할 때 나름의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인데, 그에 대한 대답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1학기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을 마친 후, 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해보기로 결심했다. 학문을 배우는 뚜렷한 이유 없이는 더 이상 성적을 잘 유지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직 3학년에 재학 중이라서 회사에서 나를 안 받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보다는 단순하게 그냥 이론이 어떻게 회사에서 활용되고 있을까, 스타트업 분위기는 어떨까, 여러 어려움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스타트업 세계에서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서 스타트업 신입 채용에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이런 도전 정신을 그래도 높이 평가 해주신 분이 계셨고, 현재는 그 회사에서 Process Manager로 6개월 차 팀원이 되었다. 현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나를 학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같은 팀원으로 생각해 준 덕분에 Task는 정말 많았지만 작은 업무부터 회사 전체의 계획 수립에까지 의견을 내기도 하는 등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하여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일했던 것 같다.
또한 좋은 기회가 생겨 사이드 프로젝트로 새롭게 서비스를 런칭하는 창업 팀원으로서 Product Manager로 일을 함께하고 있다. 그래도 부족함을 느껴 최근에는 서비스 기획자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힙한 서비스들의 비밀' 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챌린지에 참여하며 대단한 분들의 인사이트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2021년에는 내 글을 많이 쓸 수 있도록 인사이트를 쌓는 것을 목표로!).
마지막으로는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책을 가까이에 두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제출해야 했던 독후감 방학 숙제는 책 내용을 그대로 베끼기 일쑤였으며, 책은 나와 전혀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독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 이후, 올해 독서모임을 직접 만들어서 5개월 동안 1기를 진행하였고, 현재는 2개의 다른 독서모임을 가지며 나와 전혀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의 생각을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독서의 습관을 잡기 위해서 참여했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의 혜택을 얻고 있어 내년에도 기회가 되는 곳에는 꼭 참여해볼 예정이다.
오늘 2020년 마지막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스스로에게 칭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내년에는 어떤 재미난 일을 만들어볼까 혼자 고민하던 끝에 브런치에 써놓고 실제로 행한 것들은 선을 그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2021년 12월 31일에 이 글에서 하고자 했던 것들이 모두 완료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을 목표로 또 한 번 열심히 달려보고자 한다. 올 한 해도 고생 많았고, 내년에는 더 놀랄만한 일을 터트려보자.
1. 브런치 구독자 200명 넘어보기
2. '힙한 서비스들의 비밀'에 내가 기획한 서비스 글 올라올 수 있도록 잘 기획해보기
3.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잘 구현하여 내년 2배 성장 목표하기
4. 8월까지 독서 50권
5. 러브콜 받아보기
6. 일, 건강, 관계 유지 3가지 모두 놓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