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음악이 끝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

by 이은수

오랫동안 나는 오지 않았다.


음악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전주만 흐르고 있다. 가사를 기다리는 건지 간주를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할 것은 있다. 나는 이 음악이 끝나지 않길 바란다는 것.

나는 끝에 대한 공포가 강한 사람이다. 음악이 끝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봐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슬 가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멜로디도, 가사도 전주가 주는 분위기에 못 미쳐 실망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돌아가도 때가 되면 이 가사가 다시 나올 거다. 이 음악을 놓아버리지 않는다면.

그걸 앎에도 몇 번이나 돌아가게 만드는 구간이 있다. 돌아가고 싶은 구간이 여기에만 있을 리 없어서 결국엔 거기서 지나온다. 지나오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음악을 끝까지 들으려 노력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지나오다 보면 사실 그 가사도 나쁘지 않았나 되묻게 되기도 한다. 설령 나빴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내가 오지 않아 나를 기다렸는데 이제 내가 나를 따라잡았다. 이제 기다리던 내가 왔으니 안아주면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꿈 내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