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야기
지점토 굳어가는 모습은 이별이랑 닮았다. 이맘때쯤이면 굳겠지, 어림잡을 순 있으나 단정 지을 순 없기 때문이다.
슬픔은 연애 기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어떨 땐 5일 울고 말았고, 어떨 땐 1년 동안이나 드문드문 생각이 났다. 매번 차이는 쪽이었는데, 처음 차였을 땐 아무 미련 없는 척 가만히 있었고 그러다 끝끝내 후회했다. 그래서 다음 연애 때는 차이더라도 용기 내서 잡아보자 싶었다. 하지만 울고불고 콧물까지 다 쏟아가며 매달리고 나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아, 그냥 잡지 말 걸. 존나 쪽팔려.
그래서 다음 이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실 많이 보고 싶었다. 오랜 기간 잔잔하게 아팠다. 일상이 지속되어도 내가 멈춰 있는 느낌. 기차가 지나가는데 플랫폼에 서서 타지 않고 지켜만 보는 기분.
속이 썩어 들어가는 기분인데, 아무에게도 내 속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럴 땐 껍데기부터 챙겨야 한다. 헤어지고 나는 쉴 새 없이 일하고, 놀았다. 껍데기라도 웃게 하기 위해서.
껍데기가 속을 따라간다지만 가끔은 그 반대이기도 하다. 웃고 있는 껍데기를 따라가다 보면 웃고 있는 껍데기 인간이 될 수도 있다.
하루 견디다 보면 이틀을 보내게 되고 일주일을 지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루하루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게 된다.
행복을 지나간 연인에게서 되찾으려 하지 말자. 어마어마한 양의 행복을 주는 건 그였지만, 가장 오랜 기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나 자신이다.
글을 쓰고, 맛있는 걸 먹고, 친구들을 보고, 푸바오 영상을 보고, 마루는 강쥐를 보고, 강변을 걷고, 선재 업고 튀어를 보고. 그러다 보니 지점토는 굳어 있었다.
이별한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껍데기부터 챙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