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 까미노

유럽. 이베리아 반도 순례길에서 5,400km

by 천영길

목 차


회상(回想)………

유럽, 이베리아 반도의 순례길

프랑스길. Camino Frances 800km

북쪽. Camino del Norte 800km

은의길. via de la Plata 1000km

제네바길. via Gebenesis 350km

르퓌길. via Podiensis 800km

포르투갈길. Camino Portugues 650km

로마길. via Francigena 1000km

순례길을 걷기 위한 준비물







1. 회상(回想)………….


나는 며칠 전 이탈리아 순례길인 via Francigena를 45일간 걷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찬바람이 막 지나가는 봄에 도착한 이탈리아 북쪽 도시 아오스타(Aosta)는 아직 긴 겨울을 보내고 이제 오월의 따뜻한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그곳은 알프스 자락이 지나가는 포근한 마을이었다. 그리고 나는 45일 동안 걸어서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할 때까지 매일 그리운 나의 가족들이 기다리는 안식처이자 내 영혼의 부스러기들이 기생하는 서재가 있는 곳을 그리워해야 했다.

내 주변 지인들이 가끔 나에게 물었다.

“왜 그 먼 곳의 힘든 순례길을 또 걷느냐고?”

“그냥 길을 걸으면서 마주치는 소박하고 한가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런 멋진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 까미노 블루(Camino blue)에 걸려들어 걷기를 멈출 수 없어”라고 대답을 줄곧 한다.

배낭에 무거운 짐을 넣고 혼자서 생면부지의 길을 한 달 이상을 걷는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무엇이 고통의 순례길을 나서도록 이끌까? 딱히 분명한 해답은 없다. 각자가 생각한 목적이 있거나 아니면 목적이 없이 그냥 걷기 위해 떠난다는 대답이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휴식을 얻으러, 누군가는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과 화해하기 위해 떠난다고 했다. 또 용기를 잃은 사람은 현실이 두려워 피안에 이르고자 떠난다고 했다.

사실 나의 진심은 내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걷는다. 젊은 시절부터 산이 좋아 혼자서도 자주 오르던 산길을 걸으면 이것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사실 장소만 다르지 유럽의 순례길을 걸을 때도 매번 같은 생각이었다. 아름답거나 웅장한 풍경은 물론이고 맑은 공기와 잘 정비된 길과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는 최상의 여건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산티아고를 마음에 품은 날들을 회상해 보았다.

2010년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나는 어느 일간지 신문 문화면에 실린 스페인의 순례길을 걸었다는 기고문 기사를 읽었다. 저자가 이베리아 반도를 횡단하는 순례길을 한 달간 걸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내용의 기행문이었다. 나는 내용이 궁금해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하고 시간을 내어 단기간에 읽어 내려갔다. 저자는 글에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 달간 순례길을 걸으며 ‘알베르게’라는 공동 숙소에서 여러 나라 순례자들과 같이 지내며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일상을 일기처럼 작성하여 소개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상상과 욕망이 뇌리에 남아 꿈틀거리고 있었고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산티아고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심지어 회사의 그룹웨어 아이디를 ‘santiago3’로 바꾸어 놓고 3월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겠다는 마음의 약속까지 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등산을 많이 다니는 편이라 어느 정도 걷는 체력은 단련되어 있었고 한 달 정도는 무리 없이 걸을 만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했다.

내가 꿈꿔왔던 산티아고 순례길 도보 여행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회사를 퇴직하면서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베이식인 프랑스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프랑스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국경을 넘어가는 까미노 프랑세스 루트를 걷기 위해 45리터 배낭을 새로 구입하고 우천 시 사용할 판초우의도 구입했다. 또 걸으면서 먹을 비상 약품과 소고기 육포와 라면 수프도 준비했으며 ‘까미노’ 카페에 가입해서 경험자들이 올려놓은 경험담을 읽으며 다리 근육을 키우기 위한 등산도 부지런히 해냈다. 스페인 마드리드행 항공편을 예약하고 출발일을 기다리며 긴장과 설렘으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마음속 대비를 해야 했다.

이제 미지의 길을 걸어갈 준비는 모두 마쳤다. 꿈을 실현할 가슴 한편에, 배낭 안에, 그리고 모든 상상 까지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