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by 남은불

"술에 관련해서 도움을 드려야 하잖아요." 그가 말했다. 통화를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상담실에 앉았다. 눈앞에 얇고 긴 연한 갈색의 봉투가 보였다. 봉투에는 반짝이는 금색 집게가 물려 있었다. 하얀색 테이블 위로 그의 손을 건너 내게로 왔다. 집게 끝을 눌러 봉투를 열었다. 연필이 들어있었다. 분홍색의 몸통과 끝에는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지우개 꽂이가 달렸고, 지우개는 파란색이다. 가볍고 길었다.


왜 연필이지. 묻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내가 말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연필을 만지작거렸다.


다음 상담일, 집에서 출발이 늦었다.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보폭을 넓혔다. 도착했을 때 숨이 거칠었다. 문을 열자 그가 보였다. 갈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연한 갈색의 바닥. 그 바닥보다는 조금 진한 갈색의 테이블. 그 연속된 갈색의 공간으로 깊게 빠져들었다.


"책을 준비했어요." 그가 말했다. 이번에도 갈색 봉투였다. "책을 선물할 때, 대봉투를 사용합니다. 예전에 사람들이 그랬다고 하더군요." 나는 말없이 그 갈색 공간에 취해있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반쯤 접힌 갈색 봉투를 열었다. 바스락 소리가 듣기 좋았다. 연보라색의 작고 두툼한 책 한 권, 그리고 화려한 꽃무늬가 그려진 책 한 권. '언어의 온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이건 무슨 책일까. 그보다 연필을 손에 들었다. 글을 썼다.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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