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에 기꺼이 볼을 맞대기로 했던 결심도 무너질 만한 바람이 불어왔던 오늘.
아침부터 양중 작업 시작이다. 주변 도로가 빨간 조끼를 입은 신호수에 의해 통제되고, 사다리차의 경고음이 시끄럽게 들리는 요란스러운 아침이다. 양중을 시작하기도 전에 몸에 조금 남겨 놓았던 불씨가 완전히 꺼져버릴 듯했다.
억지로 몸을 움직여 양중을 끝낸 뒤 보온 작업을 이어갔다. 실측하고, 계산하여 보온재를 재단했다. 바닥에서 재단을 해야 했기에 무릎을 수시로 굽혔다 폈고, 바닥에 무릎이 닳을 때마다 작은 돌멩이들이 살점을 찍어 누르곤 했다.
점심은 여전히 백반. '맛나 식당'이라는 이름처럼 이 식당의 밑반찬은 맛있다. 차갑지만 말캉한 계란말이와 오징어 젓갈, 그리고 김치찌개로 배를 채운 뒤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아침의 추위는 온데간데없이 따듯한 햇살 속에 몸의 속도를 올린다. 리듬감에 취해 오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작업을 해냈다.
3층 배관을 2층으로 옮기고 정리할 때쯤, 사장님이 현장에 오셨다.
"야, 도면 보고 알아서 찾아서 해야지." 짜증 섞인 목소리에 우리는 벙쪘다. 쉬지 않고 물량을 다 소화했는데. 좋지 못한 소리를 들어 기분이 상했다. 거침없는 추가 작업 지시가 이어졌고, 나도 그만 참다못해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짜증 뒤엔 항상 후회가 남는다. 이미 떠난 말인 것을. 그렇게 열심히 하고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하고. 짜증을 내버린 그 순간, "띠딩" 핸드폰이 울렸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얼마 전 뭐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신청하게 된 작가 지원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다.
놀람과 설렘이 나를 감싸고 있을 때, "정리해라."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합격 메일보다 먼저 정리해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재빨리 핸드폰을 넣고 자재와 공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 삶은 아직 축하보다 먼저, 정리를 잘해야 할 시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