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하던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용접 불티 하나가 건물 전체를 검게 물들였다.
준공을 얼마 남기지 않은 현장이었다.
그날 이후, 실수라는 단어는 가볍지 않았다. 잘못 잰 자재, 덜 조인 볼트, 무시한 신호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았다. 그래서 늘 오작업을 피하려 노력했다. 확인을 습관으로 만들려 했다. 하지만 현장은 습관보다 빨랐다.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땀 흘리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끝내기 위해 땀 흘리고 싶었다. 도면과 현장은 자주 달랐지만, 배관의 조립 순서는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러나 사장은 항상 반대편에 있었다.
"그냥 내 말대로 하라고."
의견은 통하지 않았다. 결국 뜯어낼 걸 알면서도 배관을 설치해야 했고, 비효율이라는 걸 알면서도 드릴을 들었다. 그럴 때면 생각을 끄고 말을 줄였다. 사고가 날까 두려운 날도 있었고,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마음이 꺾이는 하루가 쌓여 갔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스스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얼마 전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비난과 처벌은 성장에 불필요한 것이다.
<중독성 성격 치유하기>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실수 자체보다 자책과 처벌이 문제라는 말은 따뜻했다. 그러나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앞에서 실수는 생각보다 무겁다. 수정할 기회가 없을 때도 많다.
누군가는 그 책임을 대신 짊어지기를 강요당한다.
현장은 나에게 실수의 무게를 알려 주었고, 책은 그 무게에 눌리지 않는 법을 가르치려 했다.
책임을 피하며 용서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책임을 지면서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 질문을 멈추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