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by 남은불

술 마실 고통을 찾고, 술을 마신 뒤 고통을 느낀다.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나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사람이다. 동생이 임신을 했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시 말이 멈췄다. 한 달 뒤 결혼식이었다. 거울을 보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 결혼식 전날까지 동생을 보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술병이 그대로였다.


새로 산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사진을 찍었다. 더 가까이 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를 잡지 못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눈을 찔렀다. 눈을 감았다. 시계를 계속 봤다.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동생이 나를 보고 웃었다. 달라진 얼굴만 확인하고 시선을 돌렸다. 우리는 혼주석이 아니라 일반석에 앉아 밥을 먹었다.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엄마의 한복이 시선을 끌었다. 접시의 반도 채우지 못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아빠 닮았다는 말을 했다. 아빠는 엄마 닮았다고 답했다. 나는 웃었고, 아빠도 웃었다. 집에 돌아와 술을 마셨다.


중독성 성격의 핵심신념6
과거는 실제 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죄책감은 피할 수 없다. <중독성 성격 치유하기>


수년 뒤, 책에서 이 문장을 읽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과거가 실제 하지 않는다면, 동생의 결혼식을 망친 일도 없던 일이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쉽게 면죄부를 받는 것 같았다.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이미 판결이 내려진 죄수처럼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이럴 때 술은 감각을 지우기 위한 가장 좋은 마취제가 되어주었다. 최근 술은 먹지 않지만, 죄책감과 수치심은 여전히 술을 마신다.


거울 앞에서 축하 대신 변장을 하던 나를 만났다. 그 순간, 유죄 판결을 받은 죄인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어쩌면 술은 죄책감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연 재판장에서 도망치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법정은 열린다. 판사복을 입은 내가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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