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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주 Oct 09. 2024

안녕과 안녕을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 번째 퇴사인지는 세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모쪼록 가야 할 때가 정해지니 무엇도 책임지고 싶지 않습니다. 정겨웠던 것들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요. 낯익은 공간은 어색하게만 느껴지고 마음은 텅 비었습니다. 오랜만에 들은 소식 또한 하나도 반갑지 않고 저는 그만 초라해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여러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행은 모르겠고 계획만이 난잡하게 널려있다고나 할까요. 망설이는 이유는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 하나 꼭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기에 그렇습니다. 어디에 있어도 안정감이 들지 않으니 어떠한 선택을 해도 종래에 이르러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술을 들이면 표정은 잘도 유연해지고 그래서 막연히 늘 취해 있으면 어떠할지 상상합니다.

술에 꼴아서 되도 않은 가능성을 셈해 보았는데 사실 따지고 든다면 이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네요. 호기심을 핑계로 무척이나 관여하고 말았으나 그럼에도 빠져나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분리는 현실을 직시하며 시작되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이면에 무엇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 시작한다면 필연적으로 대환장으로 가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알고 있음에도 현실은 쉬이 생각에 잡아 먹히고 개선은 멀군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열심히 나열해도 무엇도 선택할 수 없어 결국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나 할까요.

즐겁고 슬프고 그래서 그저 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저는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누구보다 시선을 의식한답니다.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지만 잘 숨겨지지는 않는가 봐요. 가끔은 쓸모없는 생각에 잠식되나 그로 인해 활기를 느끼기도 한다면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참과 거짓이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련지요. 그리하여 결국 한결같을 수는 없다는 결론입니다.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고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것은 어쩌면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저는 순간순간 진심이 있었음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물론 전부 이해할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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