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애인과 연애한 지 200일이 되었습니다. 성인 남성 둘의 연애란 남녀의 연애보다 생각할 것이 더 많기도 합니다. 숨겨야 하는 것도 또 지켜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 특히 성소수자 혐오가 만연한 이 한국 사회에서는 더 그러합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상대의 입장을 배려해야 하는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우리는 하는 일도 나이도 성격도 습관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많이 다른 개인들의 합입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함께하는 세상의 구축이라는 것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특별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지는 못했습니다. 다정한 말들도 들어본 적이 손에 꼽히고 부모님이 바쁘다는 핑계로 저의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오지 않은 적이 많습니다.
맞아요 저는 부모님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사랑에 대하여 고민이 많았습니다. 왜 그런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사랑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주는 법도 안다는 말이요.
저는 그 말이 저에게 해당하는 말이 되지 않게 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습니다. 저는 예전에 사랑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처럼 주기만 하는 사랑을 했습니다. 식물에게 물을 너무 과하게 주면 그 식물이 죽어버리듯이 저의 사랑도 금방 끝이 나버렸습니다.
그런 연애를 지난 몇 년간 이어오다 만난 사람이 지금의 애인입니다. 이 사람은 마치 또 다른 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더 깊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 사람이 싫어하는 것 서운해하는 일들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너무 교과서 같은 말들 같지만 이를테면 밥을 같이 먹을 때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않는다거나 길을 걸을 때 상대방보다 빠르게 걸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거나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데 멍을 때리거나 다른 생각에 잠겨서 상대방 말을 못 듣는다거나 하는 일들을 반복하지 않는 것은 관계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들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더 자세히 대화해야 합니다. 마음이란 녀석은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아는 일은 없습니다.
저는 미래에 대한 강박이 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동거를 생각하는 마음의 속도가 너무 빠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애인을 만나면서 저에 대해서 많이 돌아보고 제가 그런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란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기회일 수도 있겠습니다.
애인이 좋아하는 것을 사기 위해서 먼 길을 다녀오는 것을 귀찮아한다거나 애인을 만나기 위해서 사용하는 시간보다 다른 시간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은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합니다. 여전히 저의 사랑에는 더 줄 수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뭘 줘도 아깝지 않고 더 줄 수 없어서 속상한 마음을 바라보고 알아주고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그러면 당신도 그 사람을 닮아가게 될 겁니다. 우리는 아직은 200일을 만났기 때문에 갈 길이 먼 연인입니다. 그래서 많은 응원이 필요합니다. 많은 축복이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