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정복기: 끝나지 않은 도전

매운 음식은 좋아하지만 매운 음식은 나를 싫어한다

by 공감수집가

나는 정복왕이었다

인생에는 정복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체중 증량? 영양가 있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된다. 노력 끝에 70kg 고지를 넘겼다.

주량 늘리기? 숱한 밤샘 끝에 맥주, 막걸리, 와인, 위스키 모두 정복했다. (소주는… 그냥 넘어가자)

하지만 나에게 돈과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매운 음식이었다.


매운맛 앞에서는 겸손해진다.

은근히 고집 센 아들 녀석을 1시간 넘게 훈육한 후였다.

거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목소리를 높였고, 과거의 모든 잘못까지 싸잡아 혼을 냈다.

혼은 혼이고 밥은 먹여야 되지 않겠나.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아이에게 물었다.

“뭐 먹을래?”

“마라탕? 라볶이…”

하필.

근처 분식집에서 라볶이를 주문하며 살짝 불안했다.

호로록 쩝쩝.

혼낸 일이 무색할 만큼 흡입하는 녀석 옆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들었다.

첫 입: 괜찮네?

두 입: 윗머리가 뜨끈하다.

세 입: 아, 안 된다.

네 입: 이마와 관자놀이로 땀이 줄줄.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

매운 거 먹을 때 땀은 왜 왼쪽으로만 흐르는 걸까?

항상 갖고 다니는 손수건으로 닦아보지만, 이미 땀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다.

“아빠, 매워?”

우쭐해하는 녀석의 표정…

체면 구겼다.


aliona-gumeniuk-AOQ83RPea60-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Aliona Gumeniuk


오늘은 중국집에 가기로 했다. 면보다는 밥이 먹고 싶은 날이다.

“마파두부밥 많이 매워요?”

“아니요, 신라면 정도? 아… 아이가 먹기에는 좀 매울 수 있겠네요.”

“아이가 아니라 제가 걱정이라서요.”

“네? ㅎㅎ”

사장님의 당황한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매운 것을 좋아한다.

단지 먹지 못할 뿐이다.

이것은 마치 피아노를 사랑하지만 손가락이 따라주지 않는 것과 같고, 노래를 좋아하지만 음치인 것과 같다. 마음은 불닭볶음면을 원하지만 혀는 진라면 순한 맛을 요구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중 하나는,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아닐까.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가 아들 앞에서 청양고추를 씹으며 무심한 척,

“별로 안 맵네.” 한마디 할 그날을 꿈꾼다.

설령 그 순간 눈물, 콧물이 동시에 쏟아져도 말이다.

회식 메뉴를 고를 때 눈치 받는 일도 이제 그만.

맵찔이 극복. 그것은 아버지의 자존심, 한 중년의 투쟁이다.



P.S. 혹시 매운맛 내성을 기르는 검증된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전수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