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Role Model - Our Little Angel ,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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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한 비트와 솔직한 가사, 2017년 데뷔 이래로 떠오르는 신예 인디 뮤지션 '롤모델'이 2020년 새로운 EP를 발매했다. 앨범 재킷이 인상적이다. 가위로 막 어깻죽지의 날개를 뜯어낸 듯한 소년은 그런 검붉은 흉터가 싫지만은 않은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앨범은 총 여섯 곡을 담고 있다. 모든 인간은 날개 잃은 천사, 결코 완벽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달은 아티스트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질감이 살아있는 앨범 커버.어린 시절 영화감독을 꿈꾸던 롤모델은 불의의 사고 이후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고, 이것이 음악에 전념하게 된 계기라고 밝힌 적 있다. 때문인지 그의 음악에는 사랑을 주기에도, 받기에도 버거워하는 모습이 종종 묻어난다. 데뷔 앨범인 <ARIZONA IN THE SUMMER>은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비트와 나른한 싱잉랩 위주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2년 뒤 발매된 <Oh, How Perfect>는 보다 경쾌한 느낌이다.
타이틀곡인 'Hello!'는 묵직한 재즈 피아노 베이스 위에 금관악기의 선율을 더했다. 설렘과 서운함이 공존해 끙끙 앓는 소년을 표현하기에 최적이었다. 롤모델은 전작들에 비하면 이번 앨범에 밝은 분위기의 곡들을 수록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음향과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미묘한 감정 변화와 기승전결에 주목해 살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69JQlcxx87c&list=PLViF9-hR-BKdA6WgRcczNYHZtnUDfgbxO
첫 곡인 'Alive'는 어쿠스틱 기타와 밝은 코러스의 전주로 시작된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하늘에 구름이 걷히는 영화의 프롤로그를 연상케 한다. 때론 과오를 범하고 자책하지만 그마저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임을 깨닫는다.
'For the People in the Back'과 'Blind' 모두 신스팝 스타일에 경쾌한 퍼커션을 더한 곡이다. 전자는 마이크 볼륨을 최대로 높여 여태껏 상처 준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지만, 후자는 그런 자신과 비슷한 상대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는 내용의 사랑 노래이다. 반복되는 이별과 다툼에 지쳐버려 더 내어줄 마음이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다시금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doyouseeit'은 사랑에 빠진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세레나데이다. 단순하고 짧은 리듬을 깔아 세션보다 보컬의 독특한 음색이 돋보이게 한다. 설레는 마음에 친구에게 연애담을 이야기하다가 잔뜩 상기된 얼굴과 빨라진 말도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제목도 들뜬 나머지 미처 띄어쓰기하지 못한 것만 같다. 다를 것만 같았던 당신과의 연애도 결국은 같은 결말을 향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Going Out'과 'better the first time'은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와 정적을 적절히 섞어 중독성 있는 훅을 만들어낸 곡이다. 단순한 구조의 곡임에도 불구하고 엇박자의 싱잉랩, 보컬이 없는 부분에 들리는 독특한 베이스 사운드가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셋리스트. 총 6곡
사랑은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면이다. 사랑은 불완전하기에 인간은 조급하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사랑이 필요한데, 죽은 듯 미약한 박동을 가지고 있던 심장이 뛰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료를 쏟아부어야 하는지 우리는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
또, 사랑은 사실 연약해서 찌르면 진홍색 핏빛으로 물들기 마련이다. 아티스트는 그런 면들을 뭉뚱그려 유화로 그리기보다는 보정하지 않은 사진처럼 남겨두었다. 'Our Little Angel'은 천사가 되고자 하지만, 인간이기에 행할 수 있는 사랑의 단면에 대해 사실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앨범 링크;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506187)
Edit. 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