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헤어질 것 같던 담배와 이별한 지 5년이 넘었고 매일 황홀함을 전해주던 술과 이별한 지 4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나갑니다.
술과 담배를 끊고 나서 내 인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마른 숙취 등의 금단 현상으로 잠깐의 괴로움이 약 1개월 정도 있었지만 그 기간이 지나간 이후로는 내 삶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요. 그중 꼭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일 텐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술과 담배를 끊고 나니 나 자신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무슨 기분인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어떤 사람과 함께 할 때 어떤 느낌과 기분이 생겨나는지 등 이제야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게 술과 담배와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실 텐데요, 술과 담배라는 자극이 강한 화학 물질을 내 일상에서 떼어내고 나니 그것에 가려져 있던 것들이 조금씩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기분과 느낌을 순간의 타르와 니코틴 그리고 알코올에게 외주를 수십 년간 맡겨 놓다가 이제야 그것들을 내 손에 쥐게 된 것 같아요.
여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그리고 인생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면서 피워댔던 담배와 들이켰던 술이 되려 더 큰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닌데요. 스트레스를 걷어내고 나니 내가 그토록 원했던 나의 진짜 모습까지 선명하게 드러날 줄은 몰랐어요. 아마 끊지 않았다면 평생을 모르고 살았을 거에요.
나의 진짜 모습이 조금씩 선명하게 드러나니 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느끼는 것이 많아지고 느끼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엔 낮에는 담배, 밤에는 술만 있으면 되었죠. 다른 어떤 것도 크게 필요하지 않았고 중요치 않았어요. 그것들이 사라지니 여태 숨겨져 있던 여러 욕구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하게 하고 있는 러닝도 그중 하나고요,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등 술과 담배를 하기 전부터 해왔던 것들은 그 깊이가 훨씬 더 깊어졌습니다.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과거에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다양하게 그리고 더욱 깊이 느껴지니 그 만족도가 정말 큽니다.
다시 태어난 것 같다는 말은 너무 과장된 것 같고요. 여태 자다가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기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한 감각이 더욱 깨어나는 것 같아요. 내 삶도 자연스럽게 충만해지고요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다보니 덩달아 돈 쓸 일도 많아지네요 하하 그래도 술과 담배를 사는 것 보단 훨씬 낫네요. 이 정도면 술과 담배를 반드시 끊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 같네요.
금주, 금연 생각만 하셨던 분들은 이 참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