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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끊는 게 그렇게 힘들었을까

중독보다 더 무서운 건, 외로움이다

by 진사이드Jinside
술을 끊는 게 어려운 이유는
술이 그토록 맛있어서가 아니다.
그 빈자리를 채울 게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술을 끊는 걸 "의지의 문제"라고 말한다.

"결심만 하면 되잖아", "그게 뭐 대단하다고"라는 말도 듣는다.

맞는 말이다.

끊는 건 결심이면 된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술 없이 퇴근한 저녁,

혼자 있는 방안,

갑자기 밀려드는 침묵과 정적,

그 안에 도사리고 있던 진짜 나와 마주하게 된다.


중독은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었다

나도 처음엔 몰랐다.

술을 끊으려 했던 첫 주에

나는 단순히 갈증, 습관, 지루함과 싸우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건

쓸쓸함, 공허함, 무가치감, 눈물 같은 것들이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나는 왜 이렇게 혼자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술을 끊지 못했던 진짜 이유는,

혼자인 나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술을 끊는 건, 정체성을 바꾸는 일이다

중독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그건 내가 누구였는지와 맞닿아 있다.


"나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사람이다"

"나는 담배 없이는 집중이 안 된다"

"술자리에서는 내가 제일 재미있다"


이런 말들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자기정체성의 일부였다.

그걸 한순간에 내려놓는 건,

과거의 나를 죽이는 것과 같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죽음을 견딜 만큼 강하지 않다.


진짜 끊는다는 것

그래서 진짜 끊는다는 건

그 빈자리에 새로운 나를 하나씩 채워 넣는 과정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났다.

숨이 턱 막히도록 달렸다.

땀을 뚝뚝 흘리며 자전거를 탔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매일 일기를 썼다.

그건 대단한 변화가 아니었다.

다만 그런 날들이 쌓이면서

나는 더 이상 술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마무리

끊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에 무엇으로 나를 채울 것이냐는 질문이다.

내가 다시 살아남은 건

의지가 아니라

감정을 견딜 수 있는 '루틴'과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중독은 외로움으로부터의 도망이었다.

끊는다는 건 그 외로움을 정면으로 껴안겠다는 자발적 선택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살아간다.

진짜 나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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